해적선 승선한 강정호…마이너리그 가능성 ‘제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월 19일 06시 40분


해적 유니폼이 벌써 잘 어울린다. 17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며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역사를 쓴 강정호가 눈 내린 홈구장 PNC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피츠버그 공식 트위터
해적 유니폼이 벌써 잘 어울린다. 17일(한국시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하며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역사를 쓴 강정호가 눈 내린 홈구장 PNC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출처|피츠버그 공식 트위터
■ 피츠버그와 4+1년 1650만달러 계약

닐 헌팅턴 단장 “ML 적응 돕겠다”
벤치서 시작…주전경쟁 관심집중
등번호 27번…넥센과 합류해 훈련

강정호(28)가 마침내 해적선에 올라탔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최초의 메이저리거가 되는 새 역사를 썼다.

강정호는 17일(한국시간) 피츠버그 구단과 ‘4+1년 계약’을 했다. 올해부터 2018년까지 4년간 1100만 달러(약 119억원)를 보장받고, 5년째인 2019년은 구단 옵션으로 550만 달러(약 59억원)가 붙는 조건이다. 5년째 550만 달러는 구단이 선택할 경우 지급하는 금액이지만, 만약 피츠버그가 5년째 계약을 포기하는 바이아웃을 선택할 경우 100만 달러를 전별금으로 지급한다. 이에 따르면 강정호는 5년간 최대 총액 1650만 달러(약 178억원)의 조건에 사인한 셈이다.

● “마이너 가능성 제로!” 피츠버그의 기대

피츠버그는 강정호와의 단독 협상권을 따내기 위해 포스팅 금액으로 500만2015달러를 써냈다. 이는 넥센에게 건네야하는 금액이다. 피츠버그 입장에서는 총 2150만2015달러(약 232억원)를 지불하고 강정호를 영입한 셈이다. 지난해 선수단 연봉총액이 78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스몰마켓인 피츠버그가 강정호에 대해 얼마나 기대를 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한국프로야구 출신의 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본 전례가 없기에 피츠버그가 강정호를 영입한 데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실적(2014시즌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을 곧바로 메이저리그 무대로 옮기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정호에 대해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낼 의향은 제로(zero intent)”라고 선언했다. 강정호의 영입에 대해 “우리에게 엄청난 기회다”, “우리가 더 높은 곳을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는 말로 강정호와의 계약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냈다.

● “벤치 옵션으로 시작!” 주전 도약은 숙제

‘마이너리그행 가능성이 0%’라는 점은 분명 강정호에게 희소식이나, 그것이 바로 주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무대에 적응하도록 최대한 도울 생각”이라면서도 “2015시즌 강정호는 벤치 옵션”이라는 사실을 덧붙였다. 첫해에는 ‘보충 전력’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유격수 조디 머서, 2루수 닐 워커, 3루수 조시 해리슨이 주전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빅리그 무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선수를 곧바로 주전으로 판단하고 팀 전력을 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강정호로서는 기회가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상황이다. 스프링캠프에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시즌 개막 후 실전에서 능력을 입증하는 일만 남았다.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와 계약한 뒤 가장 매력적인 부분으로 ‘자신감’을 꼽았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 통할만한 파워를 갖췄다고 평가했다. 홈구장인 PNC파크의 좌중간이 깊어 우타자에게 불리하지만 헌팅턴 단장은 “강정호가 한국에서 친 홈런 중 대부분은 미국 야구장 담장도 넘길 수 있는 수준이다. 그의 타고난 힘은 적당하다”며 두둔했다.

한국에서 16번을 달았던 강정호는 피츠버그에서 27번을 달고 도전에 나선다. 피츠버그의 닉 라이바 코치가 30년 이상 달고 있어 뺏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18일 애리조나로 이동해 친정팀인 넥센 캠프에 합류했다. 피츠버그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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