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톱은 싫어 ‘손’ 사래,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2월 31일 03시 00분


손흥민, 슈틸리케 방침에 거부 의사 이유는… 중앙공격은 몸싸움 많아 부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 좋아해… 이근호와 투톱은 고려해볼만

뉴시스
2015 호주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축구대표팀의 뜨거운 감자는 손흥민(22·레버쿠젠·사진)이다.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골을 터뜨리고 있는 손흥민을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은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소속 팀에서 측면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은 공개적으로 “난 측면이 좋다”며 슈틸리케 감독의 뜻에 반기를 들었다. 이에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이 싫다면 안 시킨다”며 한발 물러났다.

소속 팀에서 골잡이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손흥민이 국가대표 감독의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원톱 중앙 공격수를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은 중앙 공격수로 나서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그 이유를 역할론에서 찾았다. 한 위원은 “원톱 중앙 공격수와 측면 공격수의 임무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측면 공격수는 빠른 스피드를 이용해 외곽에서 중앙으로 공간을 침투해 가는 역할을 하는 반면 중앙 공격수는 상대 수비진 중앙에서 자리를 잡고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스스로 골을 노리거나 동료 선수의 다음 플레이를 도와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손흥민은 이 부분에 대한 훈련이 덜 돼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보다 전력이 뒤처지는 대부분의 아시안컵 참가팀들은 한국전에서 집중수비 전략을 쓸 텐데 이 경우 최전방 공격수가 심한 몸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손흥민은 183cm의 키로 작은 편은 아니지만 체격은 아직 상대적으로 왜소한 편인 데다 몸싸움에도 익숙하지 않다.

이유를 플레이 스타일에서 찾는 의견도 있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은 “손흥민은 포지션에 얽매이는 것보다 자유롭게 어슬렁거리다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잡아내는 경향이 있다. 손흥민을 원톱에 고정할 경우 상대팀들이 그에 대한 대비를 하고 나올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활용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손흥민을 국가대표로 발탁한 조광래 전 대표팀 감독도 “손흥민은 특정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손흥민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최전방 공격수 출신인 최용수 FC 서울 감독은 “손흥민이 전형적인 원톱 공격수는 아니지만 이근호(엘 자이시)와 함께 투 톱을 세우는 것도 방법이다”고 말했다. 스피드와 공간 창출 능력이 좋은 두 선수가 나란히 전방 공격수로 나서면 상대 수비를 교란하며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김대길 KBSN 해설위원도 “어차피 좌우 공격수로는 이청용(볼턴)을 비롯해 김민우(사간 도스), 한교원(전북), 남태희(레크위야 SC) 등 자원이 많으니 골 감각이 좋은 손흥민을 원톱에 기용해 득점에 집중하게 하는 것도 효율적인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축구대표팀은 아시안컵 최종 리허설로 다음 달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중동의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손흥민#이근호#슈틸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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