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추어 배구를 총괄하는 대한배구협회 회장 자리는 현재 2개월 가까이 공석이다. 2008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해 지난해 1월 연임에 성공하며 새롭게 4년 임기를 시작했던 임태희 전 회장이 인천 아시아경기가 끝난 직후인 올 10월 자진 사퇴했기 때문이다.
최근 마감한 제37대 회장 선거 입후보 결과 18대(2008∼2012년) 국회의원 출신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58·사진)이 단독 입후보했다. 애초 주요 대기업 계열사 2곳의 회장도 후보 물망에 올랐지만 이들의 출마는 없었다. 한 배구인은 “후원금 얼마 내는 것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현안이 많아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전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까지 지낸 임 전 회장이 중도 사퇴한 데는 취임 이후인 2009년 9월 배구회관으로 사용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도곡로의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비리 의혹이 불거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결국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 조사 결과 임원의 배임수재가 드러났다. 113억여 원의 대출을 받아 당시 시세보다 비싼 162억 원에 매입한 건물은 현재 협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협회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대출 이자만 월 5000만 원가량인데 임대 수입은 3000만 원 정도다. 원금 상환은커녕 이자 내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최근 몇 년 배구협회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배구인들의 중론이다. 대표팀에 대한 지원도 소홀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물론 팀의 자산과도 같은 선수를 내준 구단들도 불만이 많았다. 한 프로 팀 감독은 “배구인 전체를 대표해야 하는 협회가 ‘그들만의 조직’이 된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일부 임원의 전횡으로 행정부터 투명하지 못했다. 배구인 가운데 능력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들을 배제하지 말고 투명한 집행부를 만드는 게 필요하다. 물론 운영 재원 확보도 중요하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프로배구의 젖줄인 아마추어 배구를 협회가 제대로 챙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사장에 취임한 지 1년 만인 올 10월 지역난방공사를 기획재정부 선정 ‘방만 경영 개선 우수기관 1위’로 이끈 김 사장은 “아직 결정된 것이 아니라 조심스럽지만 회장이 된다면 믿을 수 있는 기관에 협회 조직 진단을 의뢰할 것이다. 배구회관 매각 여부도 신중히 검토할 계획이다. 많은 배구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 최대공약수를 뽑아내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임 회장은 22일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23명 대의원(17개 시도지부 및 6개 산하연맹)의 투표로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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