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감독 딜레마 “닥공 축구, 안할 수도 없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13일 06시 40분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 사진제공|전북 현대
더 공격하려다 종종 좋지 못한 결과
“어수선했다…서두르지 말자고 주문”

전북 최강희(사진) 감독은 최근 “어수선하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물론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8월 3일 포항을 밀어내고 1위로 올라선 뒤 선두를 내주지 않고 있다. 그러나 2% 아쉬움이 있다. 경기력이다.

12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31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최 감독은 1-2로 역전패한 8월 31일 전남 원정과 2-2로 비긴 지난달 29일 포항 원정을 거론했다. 이 두 경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실점한 것이다. 이 때문에 2위권과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치고 말았다. 최 감독과 전북 선수들이 입은 심리적 타격도 상당했다.

여전히 전북을 따라다니는 꼬리표가 있다.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다. 수비 지향적 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선수가 없다’, ‘전력 누수가 많다’ 등등의 변명은 결코 하지 않는다. 패하더라도 과감히 전진하는 전북의 스타일은 수비 중심의 축구에 식상한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아왔다.

그런데 여기에는 심각한 딜레마가 있다. 최 감독은 “안방도 아니고 남의 집에서 이기고 있는데, 추가골을 넣으려다 얻어맞고…. 무승부도 괜찮은데 더 공격하려다 좋지 못한 결과를 낼 때가 종종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때론 실리축구도 생각한다. 우리 색채를 잃어버릴 수 있지만, 이기는 것만큼 지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면서 1골차 또는 박빙승부가 자주 연출되는 터라 ‘공격 앞으로’만 강조하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닥공’을 포기할 수도 없는 마당에 당연하고도 현실적인 고민이 늘 최 감독을 괴롭힌다.

그래도 최 감독이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최 감독은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 예선 기간 국가대표팀을 이끌다 전북에 복귀한 지난 시즌 후반기를 떠올렸다. “뭔가를 보여주려는 생각에 (팀을) 무리하게 몰아쳤다. 조급했다. 요즘도 내가 어수선했다. 나부터 욕심냈다. 요즘은 ‘서두르지 말자’는 주문을 많이 한다.” ‘급할수록 천천히, 쫓길수록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 우승을 맛본 지도자의 속내였다.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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