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슈 신동’ 이하성, 화려한 부활…양쪽 골반뼈 다 부러지기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4일 1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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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슈가 뭐야?'라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섭섭했죠. 저를 신기한 사람으로만 보는 시선을 많이 느꼈어요. 내가 다른 사람들을 보는 것하고 다른 사람이 나를 보는 것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천 아시아경기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겨준 우슈 투로의 이하성(20·수원시청)의 가슴 한 쪽에는 외로움과 설움이 오래 자리 잡고 있었다. 이전 까지 그는 사람들에게 이색 공연자나 기인(奇人) 정도로 비춰졌다.

우슈는 아직 국내 팬들에게 낯설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우슈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이 보람
있고 기쁘다고 했다.

"제 기사 아래에 '우슈가 참 멋있다', '멋진 이하성 때문에 우슈를 배워보고 싶다'는 댓글을 봤는데 정말 기분이 좋더라고요."

집안을 뛰어다니던 아들에게 마음껏 뛰어놀 공간을 마련해 주고 싶었던 어머니는 그가 6살 때 지인이 운영하는 우슈 도장에 데리고 갔다. 그렇게 우슈와 인연을 맺었다. 영화 '취권'으로 유명한 액션배우 성룡의 열렬한 팬이었던 아버지는 아들을 '성룡'으로 대했다. 축구 선수로 키울까 했지만 우슈에 빠진 아들을 부모는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하성이 금메달을 딴 종목은 우슈 투로의 장권. 장권은 소림권 등 중국의 권법을 1분 30초 동안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경기다. 고난도 동작이 많다. 특히 점프 한 뒤 발을 벌리고 착지하는 동작이 많아 골반 부상이 심하다. 고등학교 때는 왼쪽과 오른쪽 골반 뼈가 번갈아 부러지기도 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는 초등학생이던 2008년 SBS '스타킹' 프로에 우슈 신동으로 출연해 화제가 됐다. 하지만 그를 화제의 인물로 여길 뿐, 선수로서 알아주는 이들은 적었고 고액연봉을 주는 팀도 없었다. 성적에 대한 압박감과 비인기종목 선수로서의 외로움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가족의 힘이 컸다.

이하성은 "우슈 도복만 해도 중국제 물건을 사야하는데 한 벌에 30~40만 원씩 한다. 연기가 빛나려면 좋은 도복도 많이 필요한데 부모님께서 다 사주셨다. 여러 모로 내가 운동하는데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해주셨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전 우슈 국가대표출신인 박찬대 우슈 대표팀 코치의 도장에 다니면서 지도를 받았다. 박 코치는 그에게 든든한 형이자 인생을 바꾼 지도자다. 이하성은 "코치님이 PD라면 저는 연기자"라고 했다. 하지만 박 코치는 대표팀에서 이하성을 거칠게 다뤘다. 우슈 역시 하체근력이 중요하기에 산악달리기와 웨이트 트레이닝 등을 그야말로 '죽기 직전까지' 혹독하게 시켰다.

"코치님이 태릉선수촌에 들어오기 직전에 '너의 스피드는 중학생 수준'이라고 하셨어요. 그 말이 얼마나 와 닿았는지 가슴에 꽂히더라고요."

하체 훈련의 중요성을 잘 아는 그는 파워 트레이닝으로 '꿀벅지'를 지닌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가 얼마나 강 훈련을 소화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상화 선배님이 신기했어요. 저도 그런 허벅지를 가져야 할 텐데…."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태릉선수촌에서 지낼 때도 이하성은 다른 종목 선수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고 했다. 우슈를 신기해하는 시선 때문에 자신도 선뜻 다른 선수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다고 한다.

"너무 어려워서 피하게 되더라고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선수들이 존경스럽게만 보였어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선수가 되겠다는 그의 의지는 강하다. 이하성은 "연기에 지루함이 없어야 한다"며 "팡팡 터트려주는 동작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의 눈은 내년 11월 인도네시아 세계선수권을 향해 있었다.

인천=유재영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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