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욱 부활의 비결… 골프채 놓고 살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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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다룬 책 낸 형 나상현 교수… “2012년 교통사고 부상이 전화위복”

“스윙 교정을 하면서 입스(yips·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몸이 굳는 현상)가 왔다. 백스윙 자체가 힘들었다. 좋은 성적을 내고는 있었지만 필드에 나가는 게 너무 두려웠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재미동포 나상욱(미국명 케빈 나·31)이 2년 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랬던 그가 요즘 다시 잘나간다. 2일 끝난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는 연장전 끝에 2위를 했다. 올 시즌 벌써 준우승 2번, 3위에 한 번 오르며 240만 달러의 상금을 벌었다. 역대 개인 최고 상금이었던 272만 달러(2009년)에 육박한다.

그는 어떻게 다시 자신감을 회복했을까. 나상욱의 형이자 경희대 골프산업학과 객원교수인 나상현 SBS골프 해설위원(사진)에 따르면 나상욱이 부활한 계기는 2012년 겨울 발생한 교통사고였다. 당시 운전을 하던 나상욱은 뒤차에 부딪혀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나 교수는 “골프를 시작한 이후 동생은 한 번도 골프채를 놓고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부상을 치료하면서 처음으로 골프를 완전히 내려놨다. 친구도 만나고 외출도 하면서 인생의 밸런스를 찾은 게 전화위복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란 게 그렇다. 역시 골프 선수로 활동했고 PGA 클래스 A 정회원인 나 교수는 최근 ‘Breaking the Slump(위대한 선수들은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을까)’(미래를 소유한 사람들)란 책을 번역해 펴냈다. 지미 로버츠라는 미국의 저명한 스포츠 캐스터가 잭 니클라우스, 아널드 파머, 톰 왓슨, 필 미켈슨 등 전설적인 골퍼 18명을 인터뷰해 그들의 슬럼프 경험과 그 극복 방법을 풀어쓴 책이다.

골프의 전설들 역시 주말 골퍼들처럼 골프채를 집어 던지고 싶을 정도의 지독한 슬럼프를 겪었다.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한 전설들이 들려주는 몇몇 구절은 메모를 한 뒤 책상에 붙여 놓고 두고두고 음미할 만하다. 그레그 노먼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나도 한 라운드에서 완벽한 샷을 네 번만 쳐도 너무 기쁘다”고 했고, 파머는 “느긋해져라. 하고 있는 모든 일을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해라”라고 했다.

나 교수는 “책을 옮기면서 새삼 ‘골프는 인생과도 같다’는 것을 느꼈다. 위대한 선수들의 지혜와 경험담은 골프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나상욱#슬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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