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사이언스] 탄성 큰 ‘브라주카’ 볼 컨트롤 좋은 프리키커에 유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30일 06시 40분


프리킥에는 신비한 과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월드컵을 지켜보며 프리킥의 묘미에 빠져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수 있다. FC서울 김치우(오른쪽 끝)가 3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프리킥으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리킥에는 신비한 과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월드컵을 지켜보며 프리킥의 묘미에 빠져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될 수 있다. FC서울 김치우(오른쪽 끝)가 3월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부산 아이파크전에서 프리킥으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프리킥의 과학 9.15m의 비밀

프리킥 시 키커와 수비벽 거리 9.15m 규정
공 회전에 따른 휘는 효과 9.15m부터 발생
흔들림 큰 무회전슛…공 뒤쪽 소용돌이 때문
브라주카는 비행궤도 영향 작아 흔들림 감소

2014브라질월드컵 개막이 보름도 남지 않았다. 우리는 공 하나의 움직임에 웃고 울며, 기쁨과 안타까움을 공유할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멋진 득점 장면들이 기대된다. 축구의 백미는 역시 골이다. 최근 축구공의 소재와 제작기술의 발달은 프리킥 상황에서 득점률을 높여주고 있다. 골문을 한참 벗어난 공이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방향을 바꿔 골망으로 빨려 들어갈 때면 절로 탄성이 나온다. 축구가 왜 예술인지, 프리킥을 왜 UFO에 비유하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장면이다.

● 마법 같은 UFO 슛?

프리킥은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비수는 상대 키커와의 거리 유지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 프리킥 때는 공을 차는 위치로부터 9.15m 이상 떨어진 지점에 수비벽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축구종주국인 영국은 10야드로 프리킥 거리를 정했는데, 이를 미터법으로 환산하면 9.15m가 된다. 그렇다면 왜 9.15m일까.

여기에는 수비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거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마그누스(magnus·상단 그래픽 참조) 효과’라는 물리현상도 숨어있다. 이는 1853년 독일의 물리학자 하인리히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포탄이 날아가는 궤도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원리로, 공기 속을 날아가는 비행물체가 그 표면에 접한 공기의 소용돌이 탓에 곡선운동을 하는 현상을 말한다.

축구공은 회전하면서 날아가는데, 공 주변을 흐르는 공기가 공의 이동궤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 공이 시계방향으로 돌고 있다면 그 윗부분에선 공기가 좌에서 우로 회전하지만, 아랫부분에선 그 반대인 우에서 좌로 회전한다. 따라서 축구공 한쪽의 운동방향이 공기의 흐름과 같은 방향이라고 하면, 그 반대쪽은 공기의 흐름에 역행하게 된다.

공의 회전방향과 공기가 이동하는 방향이 일치하는 쪽에선 공기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데, 흐름이 빨라지면 압력은 낮아진다. 이 같은 원리로 날아가는 공 주변에 압력이 높은 쪽과 낮은 쪽이 각각 발생하고, 공의 이동궤도는 압력이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휘어지는 것이다. 이 효과는 수준급 선수들이 공을 찼을 때 대개 9.15m 지점을 지나야 나타난다고 한다.

● 골키퍼도 헷갈리는 무회전 슛

축구에서 ‘마구’, ‘도깨비 슛’이라고 불리는 무회전 슛은 공이 일직선으로 날아가다가 골문과 가까워지면서 흔들리며 골키퍼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 비밀은 무회전 슛에서만 발생하는 소용돌이에 있다. 회전하지 않는 공은 뒤쪽에서 공기가 소용돌이친다. 그러면서 공 뒤쪽의 기압이 내려가 공기가 더욱 소용돌이치게 되고, 그 결과 공이 조금씩 흔들리게 된다. 이 소용돌이는 규칙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장의 온도와 습도, 바람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킥을 하는 선수조차도 공의 궤적을 예상하기 어렵다. 이에 선수들은 많은 훈련과 반복을 통해 무회전 슛의 성공률을 높이고자 노력한다.

공의 탄성이나 패널의 구성(공을 구성하는 조각의 모양과 수) 등에 따라 경기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회마다 공인구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 사용되는 공인구 ‘브라주카’는 과거의 공인구에 비해 초기 탄성이 커서 공을 터치했을 때 쉽게 튀겨나갈 수 있어 볼 컨트롤이 좋은 선수와 우수한 프리키커를 보유한 팀이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브라주카’의 특성으로 보아 종전의 축구공에 비해 패널 방향의 변화에 따른 공의 비행궤도에 영향이 작아 상대적으로 안정적 비행궤도가 예상된다. 무회전 킥의 경우는 공 흔들림의 폭이 2010남아공월드컵 공인구인 ‘자블라니’에 비해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6장의 패널로 구성된 ‘브라주카’는 ‘구’에 가까운 형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일반적인 축구공과 유사한 패널 길이를 갖고 있으며, 유체역학적 특성도 유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 연구 결과다. 실제로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느끼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 직접 공을 차면서 체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따라서 이번 월드컵에서 전문 프리키커들이 경기 상황(위치·거리·방향)에 따라 어떤 킥을 구사하는지 관찰해보는 것도 색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송주호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스포츠과학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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