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운용철학에서 드러난 류중일 감독의 뚝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2일 0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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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삼성 류중일 감독.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일 롯데전 무사만루 위기서 박근홍 고집
“앞서고 있다면 선수 기록 챙기는 게 우선”


삼성 류중일 감독은 20일 포항 롯데전에서 8회 좌완투수 박근홍을 올렸다. 6-0 일방적으로 앞섰지만 앞선 투수 심창민이 주자 2명을 내보낸 상황이었다. 박근홍은 첫 타자 롯데 손아섭까지 볼넷으로 내줘 무사 만루에 몰렸다.

이어 나온 롯데 타자는 루이스 히메네스, 대타 최준석 그리고 황재균이었다. 히메네스 이후의 두 타자는 모두 우타자였다. 그러나 류 감독은 움직이지 않고 박근홍 카드를 강행했다.

박근홍은 140km 중반의 강속구로 히메네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최준석을 2루수 플라이, 황재균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21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류 감독은 “투수를 바꾼다고 ‘장땡’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투수는 안 바꾸고 후회하는 것보다 바꾸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야구계의 통념에 대한 반박이었다.

류 감독은 박근홍을 마운드에 둔 가장 큰 이유로 “야구는 멘탈 게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박근홍을 교체했다고 치자. 그러면 박근홍이 출루시킨 주자는 박근홍의 자책점으로 기록된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은 안지만, 임창용이라는 특급 불펜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두 투수가 홀드나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에는 아무래도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심리라고 류 감독은 간파한 것이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가장 열심히 던져야 되는 환경에 처한 박근홍에게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류 감독은 “리드한 상황이라면 승리투수 요건에 1아웃만 남겨둔 5회 2사에서는 난 투수를 바꾸지 않겠다”고 말했다. “야구는 기록경기”이기에 선수들의 기록을 챙겨주는 방향으로 게임을 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류 감독 집권기 삼성에서 잡음이 없는 이유를 알 것 같은 대목이다.

포항|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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