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최강희 감독 “판정 문제 사과로 끝나선 안 된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26일 22시 49분


코멘트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최강희 감독. 스포츠동아DB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4라운드 경기가 열린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 전북은 1-3으로 역전패를 당하며 올 시즌 첫 패배를 경험했다. 전북은 포항과 악연이었다. 2012년 이후 정규리그에서 2승1무5패로 절대 열세였던 전북은 이날 경기 패배까지 더해지며 극심한 ‘포항 징크스’를 떨치지 못한 모습이었다. 전북은 작년 FA컵 결승에서도 포항에 무릎을 꿇었다.

전북 입장에서는 굉장히 뼈아픈 하루였다. 포항이 주력 상당수를 바꿔 경기에 임한 터라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지만 전북은 힘없이 주저앉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전북 최강희 감독의 표정에는 불쾌감이 가득했다.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20여 분간 이어진 코멘트 대부분의 내용이 심판(주심 우상일) 판정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프로축구연맹은 기자회견 등 공개적인 자리에서 감독이 판정과 심판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할 경우, 상벌위원회를 거쳐 벌금 징계 등을 내린다.

다음은 최 감독 코멘트.

“오늘과 같은 경기를 치르고 나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이 경기를 돈으로 환산한다면 얼마나 될까?’라고. 선수들은 한 경기를 준비하기까지 많은 공을 들인다. 최근 지도자들이 심판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제재가 이뤄졌다. 결정적인 오심으로 승리를 놓치고, 다음날 심판 관계자의 사과 전화를 받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경기는 이길 때도, 질 때도 있다. 하지만 모든 감독들의 입을 막아 버리고 불미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선 도무지 할 말이 없다. (전반 5분 얻은) 카이오의 페널티킥 득점이 결과적으로 독이 됐다. 그 이후 정당한 경합에는 경고를 주고, 명백한 파울 상황에는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럴 때는 감독 입장에서 대체 선수들에게 뭘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심판마다 파울 기준이 다 다르다. 그냥 규정대로 했으면 한다. 파울이 맞다면 과감히 휘슬을 불어야 한다. 작년에도 결정적인 오심으로 득점을 놓치고 패한 뒤 연패를 당했다. 결국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아무런 개선도 없이 분위기가 묘해진다. 페널티킥을 주고 나면 심판들이 위축된다.

오늘도 계속 항의하면 퇴장시키겠다고 심판이 말하더라. 그 후에도 난 계속 어필했는데 내보내지도 않더라. 솔직히 상식적인 선에서 되묻고 싶다. 결과적으로 오심 판정이 되면 특정 관계자 한 명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프로축구연맹에) 한 번 되묻고 싶다. 우린 이럴 때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젠가 한 심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분명 라인 외곽에서 파울을 한 상황이었지만 페널티 박스 내부에서의 상황이라고 우리가 페널티킥 판정을 받았었다. 당시 8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고, 800만원 징계를 맞았다. 그런데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말할 권리를 다 빼앗아버리는 경우는 없다.

자신들이 분위기를 만들어가려 한다. 질을 높이라고 하는데, 이런 현실에서는 무승부가 가장 좋은 상황이다. 홈 어드밴티지는 지도자를 시작할 때부터 기대하지도 않았다. 이럴 때 선수들이 어떤 후유증을 겪는지 한 번쯤 생각을 해봐야 한다. 감독이 선수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설명해서 다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결과도 패배도 받아들여야 하지만, 축구 규정은 규정대로 해야 한다. 프로연맹에서는 (판정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계속 경기 화면을 리플레이 한다고 하는데, 우리 역시 하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 원정에서도 사실 많은 상황이 벌어졌다. 경기를 이겼으니 잘못된 판정을 받아들일 수는 없는 법이다. 원한다면 필요하다면 우리가 준비한 영상을 보내줄 수도 있다. 어떤 심판은 대기심에게 아예 의지를 하더라. 자신의 바로 앞에서 터치아웃이 된 것조차 반대로 선언하던데, 가만히 있었다. 이런 것 또한 직무유기가 아닌가.”

전주|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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