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밖에선 김연아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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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2월 21일 07시 00분


김연아. 사진=GettyImage/멀티비츠
김연아. 사진=GettyImage/멀티비츠
“사실 어떤 대회든 긴장되고 떨렸다” 고백

‘강철심장, 대인배 김슨생, ….’

김연아(24·올댓스포츠)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였다. 어떤 순간에도 의연한 모습으로 침착하게 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도 ‘사람’이었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벌어진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뒤 “너무 긴장을 했다. 나중에는 다리에 감각이 없을 정도였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워밍업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항상 “경기 전에는 조금 떨렸는데 막상 연기를 시작하니 괜찮았다”고 담담하게 밝혔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랐다.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은 천하의 김연아도 떨리게 만드는 곳이었다.

올림픽뿐만이 아니다. 김연아는 “사실 어떤 대회든 긴장되고 떨렸다”고 고백했다. 모든 이가 자신을 향해 엄지를 치켜세워도, 최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어도, 경험이 풍부해도 경기 전의 긴장감은 선수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이다. 그녀가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잠시 휴지기를 가졌던 이유도 반드시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치열함에서 벗어나 평범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서였다. 이규혁(36·서울시청) 역시 스피드스케이터로서 자신의 마지막 무대인 1000m를 끝내고 “당분간 경쟁은 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든 져주고 싶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에서 어느 때보다 긴장했지만, 여느 때와 같이 슬기롭게 난관을 극복해냈다. 셀 수 없이 많은 훈련을 통해 몸에 각인된 프로그램을 17년 피겨 인생을 정리하는 무대에서 모두 쏟아냈다. 그녀는 최고였다. ‘사람’ 김연아가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고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퇴장했다. 그녀를 향해 전 세계 피겨 팬들은 엄청난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소치|홍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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