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이 악문 男쇼트트랙… 신다운 “박세영에 출전권 양보”

  • 동아일보

종목 세계선수권 챔피언이지만 소치선 불운 시달리자 통 큰 결단
“안현수 후폭풍 딛고 똘똘 뭉치자”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 출전 선수가 신다운(21·서울시청)에서 박세영(21·단국대)으로 바뀌었다. 이 종목 예선을 하루 앞둔 17일 출전 선수 엔트리가 변경됐다. 윤재명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은 “다운이가 ‘저보다는 500m를 잘 타는 (박)세영이가 타야 되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했다. 한국 선수단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 종목에서 한국 선수단이 얻은 출전권은 2장이다. 원래대로라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신다운과 대표선발전 종합 1위를 차지한 이한빈(26·성남시청)이 출전해야 한다. 하지만 신다운이 자신의 출전권을 박세영에게 넘겨 이한빈과 박세영이 출전하게 됐다.

당초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꼽힌 신다운은 소치 올림픽 들어 극심한 불운을 겪었다. 10일 1500m 준결선에서 선두를 달리다 미끄러져 결선 진출에 실패했다. 15일 1000m에서는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결선에 진출했지만 실격을 당했다. 한국 남자 대표팀은 5000m 계주에서도 예선 탈락해 마지막 남은 종목인 500m 레이스는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명예회복의 기회였다. 하지만 신다운은 자신보다 한국 선수단의 성적을 먼저 생각했다고 한다.

올 시즌 1∼4차 월드컵 대회에서 신다운은 이 종목에서 한 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시상대에 오른 것은 2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박세영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 번 나오기도 힘든 올림픽에서 자신의 자리를 내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거센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29) 후폭풍’을 맞았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대회 시작 전부터 ‘안현수 콤플렉스’에 시달려야 했다. 정당한 대표 선발전을 거쳐 태극마크를 달았지만 많은 팬들로부터 외면당했다. 한 선수는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서도 우리보다는 현수 형이 더 많은 박수를 받았고, 같은 메달을 따도 현수 형 기사가 더 크게 실리는 것을 보고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올림픽에 와서 상처는 더 심해졌다. 한국 대표팀의 부진, 안현수의 부활, 파벌과 선수 선발 공정성 논란이 겹치면서 선수단 사기는 더욱 떨어졌다. 17일 트레이닝 스케이팅 센터에서 실시된 훈련에서 선수들은 간간이 웃음을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였다. 그 빈자리에는 똘똘 뭉쳐 남은 경기를 잘해보자는 결의에 찬 모습이 대신하고 있었다. 윤 감독은 “암 투병으로 대표팀에서 빠진 (노)진규 건과 코치 교체 등 많은 악재 속에서도 선수들은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 어떻게 해서든 좋은 마무리로 ‘우리도 정말 노력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18일에는 여자 3000m 계주도 열린다. 한국이 우승 후보 0순위인 종목이다. 지난 4차례 월드컵에서 3번이나 금메달을 땄다. 15일 여자 1500m에서 은메달을 땄던 여자 대표팀의 에이스 심석희(17·세화여고)는 “모든 선수들이 함께 고생한 만큼 3000m 계주에서는 함께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다 함께 웃고 싶다”고 말했다. 남자 500m 결선과 여자 1000m 결선은 21일 열린다.

문체부, 빙상연맹 전면감사하기로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17일 “올림픽이 끝난 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해 전면 감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문체부 김종 차관은 “선수 선발, 심판 판정 등을 집중 감사하겠다”며 “빙상연맹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몇 개 단체에 대해서도 함께 감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감사원도 이날 빙상연맹에 대해 각종 기초자료를 요청했다.

소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소치 겨울올림픽#쇼트트랙#신다운#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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