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26)은 지난해 가장 아쉬움이 많았던 투수다. 그는 전반기에만 9승1패, 방어율 2.30의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14번째 등판이었던 6월28일 삼성전에서 투구를 하다 옆구리 부상을 당했다. 후유증은 컸고 결국 9승 이후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쳤다. 에이스 역할을 하던 양현종이 빠져나가면서 KIA는 힘없이 무너졌다. 올해 양현종의 각오는
남다르다. 토종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이기는 투수가 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자신감도 있고 몸 상태도 최고다.
그는 “아프지만 않으면 컨트롤도 자신 있고 어떤 타자도 이길 수 있다”고 항상 말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 원년에 KIA는
새로운 에이스 양현종의 탄생을 기대하고 있다.
부상 교훈…자신감·컨디션 중점 관리 직구·슬라이더 패턴서 새 구종 장착도
첫 목표는 자존심 걸고 180이닝 도전 두번째는 투수 분야서 1위 타이틀 따기
부상 병동 오명 KIA, 지금은 독기 충만 송은범형과 챔피언스필드서 우승 쏠것
● 몸도 마음도 최고! 빨리 시즌이 왔으면
-표정이 밝다. 올해 뭔가 큰일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금 모든 게 좋아요. 몸도 마음도 최고상태입니다.”
-그래서 표정이 밝은가?
“항상 웃는 편이고요. 또 특별히 걱정할 게 없으니까 표정도 저절로 밝아요.”
-걱정할게 없다?
“네. 일단 몸 컨디션이 좋고요. 지난해 이맘때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죠. 그 전에 2년을 못했으니까 잘해야 된다는 그런 고민이 있었는데…. 지금은 자신감이 있으니까 막 운동하고 싶고 빨리 시즌이 왔으면 싶고, 그래요.”
-그런 자신감은 어디에서 오나?
“어깨가 안 아파요. 안 아프면 제 공을 마음껏 던질 수 있거든요. 또 새로운 무기도 만들었고요.”
-새로운 무기?
“직구, 슬라이더 패턴에서 구종 하나를 마무리캠프 때 만들었어요. 김정수 코치님이 도와주셨는데 좋은 무기가 될 것 같아요.”
-지난해는 많이 아쉬웠다.
“아쉬웠죠. 하지만 얻은 것도 많아요. 그리고 지난해가 있었기 때문에 올 시즌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고요.”
-이야기를 계속 해 달라.
“사실 지난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자신 있었어요. 한 2년 동안 아팠던 어깨가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전반기 때 제 마음대로 던졌어요. 성적도 따라오더라고요.”
-맞아. 전반기 대단했다. 9승까지 파죽지세였어.
“보통 제가 컨트롤에 기복이 있다고 하잖아요. 근데 부상정도와 연관관계가 있어요. 어떤 투수든지 아프면 좋은 공, 좋은 컨트롤이 안 나와요.”
-양현종 컨트롤은 왔다갔다 했지.
“근데 안 아프고 자기 공에 자신 있으면 스트라이크 던지는 게 어렵지 않죠. 제가 왔다갔다 할 때는 어깨가 안 좋았어요. 타자와 승부해야 하는데 어깨 신경 쓰고, 자신감도 없고 하니까 집중이 안 되죠.”
-자신감을 확실하게 찾은 것 같구나.
“지난시즌 마지막 두 경기요. 그 두 경기가 좋았어요. SK와 넥센전인데 전반기처럼 제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걸 확인했죠. ‘양현종이 몸도 성치 않은데 10승하려고 등판한다’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근데 그건 아니고요. 저는 회복된 제 몸을 확인하고 싶었죠. 그래야 올 시즌을 좀더 홀가분하게 준비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부상 당하고 그냥 밋밋하게 시즌을 끝내는 것과는 심리적으로 큰 차이가 있잖아요.”
-옆구리 부상을 당한 게 6월28일 삼성전이다. 전혀 느낌이 없었나?
“전혀 없었어요. 김상수에게 공을 던지려고 하는 순간 ‘어’ 하고 옆구리에 통증이 왔어요. 근데 그 상태에서 제가 공을 세게 던져 버렸죠.”
● 토종투수 최고가 되고 싶다!
-올해 KIA는 새로운 홈구장을 쓴다.
“연초에 새 야구장에 갔어요. 새로운 다짐을 하게 되고 잘해보자고 했죠.”
-올해는 어떤 목표를 잡았나?
“두 가지의 목표가 있어요. 첫 번째는 토종 최고가 되겠다는 거예요. 선발투수니까 토종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던지는 거죠.”
-지난해 선발 투구이닝을 보니까 외국인투수들 천하더라. 투구이닝 10위 안에 국내투수는 노경은(두산) 한 명이었어.
“경은이 형이 180이닝을 던졌더라고요. 그 정도 던지려면 선발 30경기에 평균 6이닝이에요.”
-쉽지 않은 수치다.
“한번 해보려고요. 아직 제가 170이닝을 던진 적이 없는데 170이닝 넘어 180이닝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투구수 조절이 관건이겠는데.
“아프지 않으니까 공격적으로 빠르게 승부할 생각입니다. 컨트롤도 자신 있고요.”
-승수는 어느 정도 예상하는가?
“12승이요. 마음 같아서는 15승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승수보다는 토종 최다이닝이 더 큰 목표에요.”
-토종 최고면 왼손 선발투수 가운데서도 1위를 말하는 건가?
“두 번째 목표가 1위예요. 프로에 입단해서 아직 투수로 어떤 분야에서 1위를 해본 적이 없어요. 올해는 1등을 해보고 싶어요. 타이틀을 딸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요. 그러려면 왼손 선발투수 가운데서도 최고가 돼야죠.”
-사실 류현진(LA 다저스)이 떠나고 ‘왼손 선발투수 중에서 누가 최고다’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장원삼(삼성), 김광현(SK),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유희관(두산), 제대한 장원준(롯데)도 있다.
“제가 맞대결해서 이겨야 할 투수들이죠. 다들 좋은 투수지만 이기지 못하면 저도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가 없잖아요. 입단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8년차가 됐어요. 올해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 모든 선수가 독기로 가득 차있다!
-2년 동안 KIA는 참 부상선수가 많았다.
“미칠 노릇이었죠. 부상관리도 실력이라고 하지만 진짜 전염병처럼 돌았어요. 투수, 타자 줄줄이 아파서 나가떨어지니까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죠.”
-부상 선수가 많으면 이길 수 없다는 건 자명한 일이다.
“우리 팀 선수들이 2년 동안 뼈저리게 느꼈어요. 실력이 없어서 지는 건 화나지 않아요. 인정해야죠. 하지만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경기를 질 때는 정말 화가 나더라고요.”
-지금은 아픈 선수 없나?
“다들 괜찮아요. 전 선수의 마음이 독기로 가득 차있죠. 올해는 분명 다를 거예요.”
-지난해 KIA는 우승후보로 꼽혔는데 참 쉽게 무너졌다.
“제가 부상기간에 TV로 중계를 봤는데 묘한 기분을 느꼈어요. 상대팀이 우리를 불쌍하게 보는 눈빛을 봤어요. ‘참 KIA 안됐다’, 이렇게 보는 것 같더라고요. 어느 순간 우리 팀이 ‘동정을 받는 팀’이 됐더라고요. TV를 보는 내내 팀에 미안하고 팬들에게 죄송했어요. ‘이 순간부터는 절대 다치지 않는 선수가 돼야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했죠.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최고의 준비를 해서 올 겁니다.”
●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다!
-윤석민이 메이저리그로 간다면 아쉬움이 크겠다.
“형한테 많은 걸 배웠는데 헤어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쉬워요. 하지만 형이 꿈꿨던 메이저리그로 가는 거니까 축하해주고 싶어요.”
-송은범은 어떤가? 마무리캠프 때 열심히 했다고 들었다.
“항상 ‘석민이 형이 에이스고, 난 석민이형 뒷받침하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근데 올해는 은범이 형이 잘할 것 같아요. 은범이 형이 프로에 와서 가장 열심히 훈련했다고 하더라고요. 올해는 은범이 형을 잘 뒷받침하면 될 것 같아요.”
-야구에서 선발진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KIA는 양현종, 송은범, 김진우, 홀튼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저만 잘하면 될 것 같아요. 우리 팀이 올해부터 챔피언스필드에서 새롭게 시작하잖아요. 새로운 도전인 것 같아요. 무등경기장에서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는데 올해는 챔피언스필드에서 우승해야죠.”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한마디 해 달라.
“꼭 이겨야하는 게임이 있어요. 간절히 필요할 때 때리는 안타 하나, 희생플라이 하나가 값지고, 간절히 원할 때 잡아내는 삼진이 돋보이는 것처럼 팀과 팬들이 바랄 때 이겨내는 투수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