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이세돌, 탕웨이싱에 불계패…한국 17년만의 ‘무관’ 수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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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 사진제공=삼성화재
이세돌 9단. 사진제공=삼성화재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 이세돌

한국 바둑이 1996년 이래 17년간 이어온 세계대회 우승 행진이 끊겼다.

'한국 바둑의 자존심' 이세돌 9단이 11일 중국 쑤저우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3 삼성화재배 월드 마스터스 제 2국에서도 중국 탕웨이싱 3단에 패배, 대회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세돌 9단은 전날 열린 1국에서도 대국 후반 격렬한 추격전을 벌였지만, 아쉽게 반집패한 바 있다.

이세돌 9단은 지난해 같은 대회 결승전에서 '중국 최강' 구리 9단을 상대로 2차례나 반집차 역전승을 거두며 왕좌를 지켜낸바 있다.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는 이세돌 9단이 무려 4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나름의 '홈그라운드'이기도 했다.

흑을 잡은 이세돌 9단은 대국 초반 실리에 집중했던 1국과 달리 경기 초반부터 특유의 '싸움꾼' 기질을 드러냈다. 50수 근방에서 백말을 절단하며 싸움을 건 이세돌 9단은 이후 우변에서 탕웨이싱 3단과 난전을 벌였다. 우변에서 시작된 전투는 좌변과 중앙, 하변까지 번져갔지만, 탕웨이싱의 실리 바둑은 내줄 것은 내주면서도 자신이 차지한 이점은 확실하게 지켜냈다.

160수를 넘기면서 이세돌 9단은 탕웨이싱의 기세에 밀리기 시작했다. 이에 이세돌 9단은 200수 께에 격렬한 전투로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238수에 나온 승부패가 승부처였다. 팻감이 부족했던 이세돌 9단은 1집반까지 차이가 벌어지자 결국 274수에서 돌을 던졌다.

탕웨이싱 3단의 냉엄한 끝내기는 이세돌 9단에게도 돌처럼 무겁게 다가왔다. 이세돌 9단은 전날 1국 패배 후 "내가 반집 이긴 것 아니냐"라며 재검토를 요청하는 등 강한 승부욕을 드러냈지만, 결국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바둑은 1988년 이래 총 121번의 세계대회 중 68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국 바둑은 지난 1996년 이후 매년 최소한 1개 대회 이상의 세계대회를 석권해왔다. 하지만 2013년 LG배, 응씨배 등에서 우승에 실패한 데 이어 마지막 보루였던 삼성화재배에서마저 이세돌 9단이 패배, 한국은 중국의 파도에 휩쓸린 셈이 됐다.

김영록 동아닷컴 기자 bread425@donga.com
이세돌 9단 사진=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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