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코트 휘젓는 저 둘, 연습생 출신 맞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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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김강녕-한국전력 김정석
팀 주전 리베로-세터 당당히 꿰차… 2부리그 조선대 나와 성공신화

프로배구에서 선두를 달리는 삼성화재와 최근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을 잇달아 꺾은 ‘이변의 주역’ 한국전력에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 시즌까지 벤치만 지켰던 대학 2부 리그 출신이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 리베로 김강녕(27)과 한국전력 세터 김정석(24)이 주인공이다.

조선대 출신의 김강녕은 2008∼2009시즌에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최강 리베로 여오현(35)이 버티고 있는 팀에서 수련 선수(연습생)인 그에게 기회가 올 리 없었다. 결국 한 시즌 만에 팀을 나와 용인시청에 입단했다. 김강녕은 “실업팀에 있으면서 세상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삼성화재에서 훈련하던 시절이 너무 그리웠는데 마침 신치용 감독님이 다시 불러주셨다”고 말했다.

2010∼2011시즌부터 3년 동안 여오현의 백업으로 잠깐씩 코트에 섰던 김강녕은 올 시즌을 앞두고 기회를 얻었다. 현대캐피탈로 옮긴 여오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우리카드에서 영입한 국가대표 리베로 이강주(30)가 팀 적응에 애를 먹으며 주전 리베로 자리가 김강녕에게 돌아간 것. 신치용 감독은 “평소 성실하게 훈련을 하며 준비를 했던 게 빛을 보고 있다. ‘연습생 신화’라고 할 만하다. 이강주가 페이스를 찾더라도 김강녕을 벤치 멤버로 놔두지 않고 선의의 경쟁을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지난 시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을 꺾을 때의 세터도 조선대 출신의 김정석이었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은 “2011∼2012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긴 했지만 학교 지원금을 주지 않는 조건이라 사실상 수련 선수”라고 알려줬다. 김정석은 ‘만년 꼴찌’ 한국전력에서 주전 선수가 아니었다. ‘배구 명문’ 인하대 출신의 베테랑 김영래(32)와 지난 시즌 신인왕 양준식(22)에게 밀렸다.

하지만 신영철 감독이 올 시즌 한국전력을 맡은 것이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한국 최고의 세터였던 신영철 감독은 김정석의 가능성을 발견했고 집중적으로 노하우를 전수했다. 지난 두 시즌 교체 멤버로 33세트에 출전했던 김정석은 올 시즌 전 경기에 주전으로 나가 39세트를 소화했다. 지난 시즌 세트당 0.87개였던 세트(토스)는 올 시즌 8.7개로 수직 상승했다. 대한항공 주전 세터 황동일(8.3개)보다 많다. 특히 8일 꺾은 현대캐피탈에는 국가대표인 최태웅과 권영민이 있었지만 김정석을 당해내지 못했다. 신영철 감독은 “처음에는 기대를 안 했는데 주문하는 훈련을 모두 소화하며 급성장했다. 앞으로도 계속 주전으로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화재는 10일 러시앤캐시를 3-1(25-22, 25-23, 25-27, 25-14)로 꺾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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