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진다던 삼성화재, 당근이 좋긴 좋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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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드 1위땐 무조건 100만원씩… 파격 인센티브에 사기 높아져
전력 누수에도 초반 선두권 지켜

삼성화재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조직력의 주축이던 ‘최강 리베로’ 여오현과 ‘배구 도사’ 석진욱이 팀을 떠났다. 최근 6년 연속 우승을 했기에 이 기간 원하는 신인을 뽑지도 못했다. 신치용 감독은 개막 전 “엔트리 18명의 전력을 따지면 최하위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런 삼성화재가 초반부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수련 선수로 입단한 리베로 김강녕과 2011∼2012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 출신의 레프트 고준용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고, 여오현의 보상 선수로 현대캐피탈에서 영입한 센터 이선규가 제 몫을 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구단의 ‘당근’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 2번째 경기인 LIG손해보험전에서 1-3으로 완패했다. 신 감독은 경기 뒤 선수들을 질책하는 대신 “각 라운드를 1위로 마칠 때마다 100만 원씩 주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시즌과는 전력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수들이 시작부터 주눅 들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개인 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대부분의 인센티브와 달리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도 똑같이 100만 원을 주겠다고 공언했다. 지급 대상에 트레이너와 통역까지 포함시켰다. 삼성화재의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모두 합치면 28명. 한 라운드에서만 2800만 원이 든다. 전체 5라운드에서 모두 1위를 한다면 1억4000만 원이나 된다. 정규리그 우승 보너스로 1억 원을 내거는 팀이 있는 현실에서 상당히 큰 액수다. 구단은 신 감독의 제안을 전격 수용했고 선수들은 1라운드를 1위로 마쳐 1인당 100만 원을 확보했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리 수당이 아니라 격려금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래야 팀워크가 살아나고 후보 선수들도 더 분발할 것 같았다. 상의도 없이 내린 결정인데 흔쾌히 받아준 구단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인센티브#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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