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KS)에서 만나는 삼성과 두산은 여러 모로 대조를 이루고 있다. 팀컬러도 다르지만 전력적 측면에서도 판이하다. 그런 만큼 장단점이 뚜렷하다. 결국 상대의 약점을 얼마나 잘 파고드느냐가 중요하다. 반대로 자신의 약점을 얼마나 잘 방어하느냐가 승부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두산 “약한 불펜? 이 불펜으로 KS까지 왔다”
불펜은 양 팀의 가장 대조적 전력이다. 두산은 올 시즌 내내 불펜 때문에 골치를 앓았고, 준플레이오프(준PO)와 PO에서도 불펜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삼성은 불펜이 강한 팀이다. 과거 ‘질식불펜’이라는 수식어를 듣던 시절보다는 약화된 게 사실이지만, 안지만∼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 방정식은 여전히 상대에게 큰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삼성 주장 최형우는 미디어데이에서 상대의 약점을 묻는 질문에 “두산 불펜 쪽을 공략해야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발을 빨리 무너뜨린다면 불펜을 좀더 쉽게 공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이에 대해 “단지 선발투수만 잘 해서 여기(한국시리즈)까지 온 건 아니다. 우리 불펜이 약하다는 평가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그 선수들이 우리 팀을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걱정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홍상삼을 중심으로 준PO와 PO에서 싸운 방식대로 싸우겠다는 뜻이다.
● 삼성 “약한 기동력? 도루 잘 한다고 이기나?”
두산이 삼성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력은 기동력으로 꼽힌다. 두산은 정규시즌 172도루를 성공해 9개 구단 중 1위를 차지했다. 선발출전선수뿐 아니라 백업 요원들 중에도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가 즐비하다. 그러나 준PO와 PO에서 의외로 도루를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 특히 LG와의 PO 4경기에선 단 한 차례도 도루를 시도하지 않았다. 두산 김진욱 감독은 이에 대해 “체력 안배와 부상 방지 차원에서 도루를 많이 시도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마지막이기 때문에 우리의 강점을 살려 많이 뛰겠다. 홍성흔도 뛸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반면 삼성은 95도루로 8위였다. 두산의 절반 수준으로, 삼성 밑에는 한화(70개)뿐이 없다. 더군다나 삼성은 기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 내 도루 2위 김상수(14개)와 4위 조동찬(7개)이 부상으로 빠졌다. 이승엽과 채태인이 1루수와 지명타자를 번갈아 맡으면 최형우가 반드시 좌익수를 봐야 한다. 그러면 정형식(7도루)도 선발 라인업에 올릴 수 없다. 사실상 상대 내야를 휘저을 수 있는 선수는 배영섭밖에 없다.
특히 두산의 발야구를 차단해야 할 삼성 포수들의 도루저지율이 좋지 않다는 점이 고민이다. 이지영은 0.239(88시도-21저지)에 지나지 않고, 진갑용은 0.183(71시도-13저지)에 그쳤다. 이정식은 0.250(4시도-1저지)이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에 대해 “두산은 빠른 선수가 많다. 반면에 우리는 도루 허용을 많이 했다. 기동력이 가장 큰 고민이다”고 인정하면서도 “3주 동안 철저히 대비했다. 투수가 견제나 퀵모션 등으로 주자를 묶어두는 훈련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루 잘 한다고 이기나? 한 베이스 더 쉽게 갈 뿐이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