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2차전 투구 엿보기] 밴 헤켄 수싸움-유희관 담력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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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0월 10일 07시 00분


달리면 멈출 줄을 모르는 정수빈(왼쪽)의 발이 두산 입장에선 아쉬웠다. 9일 목동에서 열린 준PO 2차전. 정수빈은 7회초 투수 앞 번트안타로 1루를 밟았지만, 상대의 악송구를 틈타 2루까지 달리다 유격수 강정호에게 태그아웃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달리면 멈출 줄을 모르는 정수빈(왼쪽)의 발이 두산 입장에선 아쉬웠다. 9일 목동에서 열린 준PO 2차전. 정수빈은 7회초 투수 앞 번트안타로 1루를 밟았지만, 상대의 악송구를 틈타 2루까지 달리다 유격수 강정호에게 태그아웃됐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밴 헤켄, 강력한 직구·낙차 큰 포크볼 위력
유희관, 박병호 상대 3번 모두 범타 유도
손승락·홍상삼 난조…불펜승부 새 변수로

두산 선발 유희관(27)과 넥센 선발 밴 헤켄(34)은 똑같은 좌완이지만, 키(유희관 178cm·밴 헤켄 193cm) 차이만큼이나 스타일이 다르다. 유희관은 직구 최고 구속이 140km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철저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한 변화구로 승부하는 투수고, 밴 헤켄은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앞세워 변화구의 위력을 배가시킨다. 이렇듯 스타일은 다르지만 두 투수는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똑같이 7.1이닝씩을 던지며 팽팽한 투수전을 펼쳤다.

● 공격적 피칭이 돋보인 밴 헤켄

직구와 포크볼을 주무기로 하는 장신의 밴 헤켄은 이상적인 팔 궤적을 갖고 있지만 제구력이 불안하다는 약점도 안고 있다. 넥센 염경엽 감독이 경기 전 “밴 헤켄의 볼이 낮게 제구되느냐, 아니냐에 오늘 게임이 달려있다”고 한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밴 헤켄의 컨디션은 기대이상이었다. 밴 헤켄은 9월 4경기에 등판해 4승을 챙기며 방어율은 0.35(26이닝 1자책점)에 불과했는데, ‘9월 느낌’을 그대로 살린 듯했다. 직구의 제구력이 뒷받침되면서 직구처럼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의 위력 또한 더 커졌다. 무엇보다 공격적 피칭이 돋보였다. 6회까지 19타자 중 15타자, 8회 1사 후 강판되기 전까지 24타자 중 17타자에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타자와의 수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 제구력에 담력까지 자랑한 유희관

2회 안타와 사구 2개를 내주며 2사 만루 위기에 몰리기도 했지만, 유희관의 소문난 제구력은 평소보다 더 좋았다. 최저 구속 105km에 불과한 커브를 간간이 섞고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곁들이며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로 타자의 의표를 찔렀다. 스트라이크존 맨 아래 라인에 걸치는 꽉 찬 직구는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무엇보다 넥센 4번타자 박병호를 상대로 자신의 볼을 뿌리며 3번 모두 범타로 유도하는 배짱도 눈부셨다. 3번 중 2번은 선행주자를 둔 상태에서의 승부였다. 경기의 중요도, 팽팽한 스코어를 고려하면 ‘중고신인’답지 않은 담력이었다. 두산 2번째 투수 홍상삼이 8회 박병호에게 고의4구를 던지려고 볼을 던지다 연속 폭투로 손쉽게 동점을 허용된 것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었다.

● 불펜에서 갈린 승부

0-0 동점이던 8회초 1사 2루 위기서 손승락을 3번째 투수로 올린 염경엽 감독의 승부수는 예상을 깬 초강수였다. 병살 유도를 노리다 선취점을 내준 손승락은 9회 어이없는 송구 실책까지 범하며 세이브왕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홍상삼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선발 투수의 빼어난 호투를 퇴색시킨 양쪽 불펜의 난조는 3차전 이후 승부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목동|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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