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79일의 기다림 “알지? 1위 엘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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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말 2점차 쫓기자 봉중근이 불꺼… 삼성이 SK에 덜미 잡혀 단독선두로

이숭용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은 시즌 개막 전 “넥센 김영민은 LG 선발 경기에서만 제 몫을 다해도 연봉 값은 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 말처럼 김영민은 ‘엘나쌩’(LG만 나오면 생큐) 투수였다. 지난해는 LG를 상대로 3승 1패, 평균 자책 2.41을 기록했고 올 시즌도 20일 경기 전까지 LG를 상대로 2승을 따냈다. LG 상대 평균 자책(2.52) 역시 자신의 시즌 평균 자책(5.09)의 절반 수준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20일 LG와의 목동 경기 선발로 김영민을 내세운 것은 당연해 보였다.

하지만 1995년 이후 18년 만에 ‘8월 1위’를 노리는 LG 타자들에게는 ‘엘나쌩’ 투수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LG 타자들은 김영민을 상대로 3과 3분의 2이닝 동안 5점을 뽑아내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LG가 승리를 거두려면 상대 추격을 뿌리치기만 하면 됐다.

가장 큰 고비는 8회말에 찾아왔다. 무사만루의 위기를 맞은 것. 그러나 유한준에게 안타를 맞아 1점을 내줬을 뿐 1루수 김용의가 홈 송구에 이은 병살 플레이로 추가 실점을 막아내면서 리드를 지켰다. 결국 LG의 5-3 승리였다.

8회 올라온 봉중근이 세이브를 추가하면서 이 부문 단독 선두(31세이브)로 나섰지만 진짜 축하 받을 일은 조금 더 기다려야 했다. 오후 9시 55분 목동 경기가 끝났을 때까지도 삼성 경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18년 같은 14분이 흘렀다. 대구에서 삼성이 4-8로 SK에 패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1995년 9월 19일 이후 17년 11개월 1일(6546일) 만에 처음으로 LG가 8월 이후 순위표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게 확정된 순간이었다. 올스타 휴식기 이후로 따져도 1997년 7월 16일 이후 5879일 만의 1위였다. 김기태 LG 감독은 “1위에 올라 영광이다. 자만하지 않고 남은 경기를 차근차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는 5위 롯데가 한화를 4-0으로 꺾고 넥센을 1.5경기 차로 추격했고, 잠실에서는 NC가 7∼9회 연속 2점씩 따라붙은 두산을 8-6으로 이겼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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