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km 직구… 42세 승리투수 최향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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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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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NC전 8회 등판 1이닝 무실점
송진우 최고령 기록에 10개월 모자라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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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운데 높은 직구는 한 방이 있는 타자에게는 금물이다. 흔히 실투로 일컬어지는 이런 공은 홈런으로 연결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KIA의 베테랑 투수 최향남(42·사진)은 상대팀 4번 타자에게 의도적으로 이 공을 던졌다. 스피드는 불과 127km. 심하게 말하면 배팅 볼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놀랍게도 헛스윙 삼진이었다. 최향남이기에 던질 수 있는 공이었고, 최향남이기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공이었다.

2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 KIA의 경기. 4-4 동점이던 8회 말 등판한 최향남은 선두 타자 최재원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아웃시켰다. 다음 타자 나성범은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3개 모두 직구를 던졌는데 시속은 137∼138km에 불과했다.

그러고 맞은 4번 타자 이호준. 경험 많은 타자답게 이호준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직구와 컷 패스트볼을 노련하게 커트해 냈다. 볼카운트 3볼 2스트라이크에서 맞은 8구째. 최향남은 승부구로 직구를 택했다. 치기 좋게 보이는 한가운데 높은 공이었다. 그런데 평소 직구 스피드보다 10km가량 느린 ‘슬로 직구’를 던졌다. 이호준의 방망이는 미리 헛돌았고 최향남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는 2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위기 상황에서 그런 직구는 확신과 경험이 없으면 던질 수 없다. 난 내 공에 확신이 있었다. 예전처럼 빠른 공을 던질 수는 없지만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을 수 있는 공을 던지면 된다”고 했다.

KIA는 이날 9회 초 대거 4득점하며 8-4로 승리했다. 4강 싸움에 바쁜 KIA로서는 소중한 1승이었다. 최향남은 승리 투수가 됐다. 정확히 42세 4개월째에 거둔 승리였다. 최근의 승리가 지난해 8월 7일이었으니 근 1년 만의 승리였다.

최향남은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지난해 7월 25일 넥센전에서 세이브를 따내며 역대 최고령(41세 3개월 27일) 세이브 투수가 됐다. 종전 기록은 2007년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가 세운 41세 3개월 15일이다. 이날 승리로 최향남은 송 코치가 갖고 있는 최고령 승리 투수 기록(43세 1개월 23일)에도 한발 더 다가섰다. 내년에도 유니폼을 입는다면 충분히 새 기록을 쓸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IA#최향남#프로야구#송진우#최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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