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감독 선수육성, 정현이 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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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7월 16일 07시 00분


직접 그라운드에서 정현(오른쪽)을 지도하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가운데). 김상수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정현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직접 그라운드에서 정현(오른쪽)을 지도하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가운데). 김상수의 부상으로 기회를 잡은 정현은 안정적인 플레이로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때를 기다린다, 강하게 키운다, 그리고 지켜본다

직접 가르친 유망주 불구 2군서 뜸들이기
1군 호출후 “강하게 키운다 ”유격수 투입
정현, 4연속G 안타·몸 던진 수비 눈도장
류감독 “좀 더 지켜봐야” 신중하게 관리


“아니, 삼성엔 어떻게 저런 선수가 또 튀어나와? 부익부빈익빈이구만.” 프로야구 한 관계자는 최근 삼성 신인 유격수 정현(19)을 보고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정작 신진세력을 갈망하고 있는 팀은 새로운 피가 나타나지 않아 고민인데,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삼성에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필요할 때마다 여기저기서 새 전력이 튀어나온다는 얘기였다. 삼성은 주전 유격수 김상수(23)가 왼 손목 통증으로 타격이 어려워지자 10일 정현을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그런데 김상수의 공백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공·수·주에서 기대이상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정현을 보면 삼성의 선수육성시스템이 보인다.

● 1군 데뷔 즉시 인상적 활약

정현은 10일 대구 SK전 2회 1군 데뷔 첫 타석에서 윤희상을 상대로 깨끗한 중전안타를 뽑았다. 11일 SK전에서 안타, 12일 대구 한화전에서 2루타를 쳤다. 13일 한화전 4회에는 송창현을 10구까지 물고 늘어지더니 홈런까지 터뜨렸다. 1군 데뷔 후 4연속경기안타에 0.308(13타수 4안타)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특히 이를 악물고 달리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모습에서 근성이 엿보인다. 신인의 역동적 플레이는 삼성 선수단에 새 활력소가 되고 있다.

● 어설프게 샴페인 터뜨리지 않는다!

정현은 부산고 출신으로 2013신인드래프트에서 삼성이 1차 지명(전체 8순위)으로 뽑은 유망주다. 스프링캠프에서부터 류중일 감독이 직접 가르칠 정도로 관심을 쏟았다. 그러나 류 감독은 2군에서부터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그동안 2군 코치들이 정현에 대해 “좋다”는 보고서를 올렸지만 때를 기다렸다. 숙성되지 않은 샴페인을 어설프게 조기에 개봉해 망가뜨리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물론 이같이 기다릴 수 있는 배경에는 삼성의 두꺼운 선수층이 자리를 잡고 있다.

● 1군에 등록하면 과감하게!

류중일 감독은 10일 정현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하면서 “1년 동안 절대 부르지 않을 계획이었는데, 김상수가 다치면서 예정보다 일찍 올리게 됐다. 이왕 1군에 왔으니 잘했으면 좋겠다. 못하면 바로 2군에 내린다. 강하게 키우겠다”며 곧바로 9번 유격수로 선발 출장시켰다. 정현은 선발 라인업을 본 뒤 “경기 후반쯤 데뷔할 줄 알았는데 깜짝 놀랐다”면서도 “자신 있게 플레이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1군 승격 후 엔트리 한 자리만 차지하다 별다른 출전 기회도 받지 못하고 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선수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류 감독은 1군 호출까지는 시간을 두고 뜸을 들이다가도, 1군에 올라온 이상 바로 전투에 내보내 강하게 키우는 전략을 쓰고 있다.

● 설레발은 금물

정현은 1군 승격 후 단 4경기지만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방망이보다는 일단 수비가 돼야 1군에서 쓸 수 있다”며 “아직 풋워크와 글러브질(포구) 등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송구는 좋다”며 신중하게 바라봤다. 삼성 이성근 운영팀장도 “이제 4경기 했다. 상대가 정현을 모르고, 본인도 멋모르고 치다보니 그럴 수도 있다”며 “방망이 소질은 분명 있지만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삼성다운 차분함과 신중함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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