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불명 한화 ‘무원칙 용병술’

  • Array
  • 입력 2013년 7월 15일 07시 00분


한화 김응룡 감독은 1-4로 뒤진 13일 대구 삼성전 8회말에 프로 데뷔 이후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단 한번도 3루를 본 적이 없다는 김태완을 3루수로 기용해 빈축을 샀다. 김태완의 수비 실수가 이어진 쐐기 2실점의 빌미가 됐기에 더 그랬다. 경기 초반의 감정적 선수 교체,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소통 부재에서 빚어진 촌극이었다. 스포츠동아DB
한화 김응룡 감독은 1-4로 뒤진 13일 대구 삼성전 8회말에 프로 데뷔 이후는 물론 대학 시절에도 단 한번도 3루를 본 적이 없다는 김태완을 3루수로 기용해 빈축을 샀다. 김태완의 수비 실수가 이어진 쐐기 2실점의 빌미가 됐기에 더 그랬다. 경기 초반의 감정적 선수 교체,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소통 부재에서 빚어진 촌극이었다. 스포츠동아DB
경기 초반이라도 실수하면 바로 교체
경험없는 김태완 3루 기용 패배 시초

코칭스태프, 선수 실력·성격 파악 안돼
8년 공백 김응룡 감독 ‘현장감’ 잊은듯

한화 김태완(29)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루수로 나섰다. 13일 대구 삼성전 8회초 대타로 나왔다가 8회말 수비 때 바뀐 오선진을 대신해 3루수로 배치됐다. 김태완은 프로에서 1루수와 외야수만 봤다. 성균관대 시절에도 3루수를 본 적이 없었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평범한 타구처리를 하지 못했고, 악송구가 나왔다. 결국 1-4에서 1-6까지 점수차가 벌어지며 승부가 결정났다. 경기를 하다보면 경기 후반 승부처에 대타를 기용하다가 원 포지션과 다른 수비위치에 서야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달랐다. 당시 한화는 내야수를 모두 소진한 상태였지만 차라리 3루수 경험이 있는 김태균이나 추승우를 3루에 넣고, 김태완을 1루에 세우는 편이 나았을지 모른다.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감정적 선수교체가 불러온 참사였고,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선수단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더군다나 3점차에 경기를 포기한 것이라면 돈을 지불하고 야구장을 찾은 팬들을 모독하는 일이었다.

● 선수 운영에 계산이 없다

감독은 당장 눈앞의 이닝뿐 아니라 몇 수를 내다보고 경기를 운영한다. 그러나 한화 코칭스태프는 이해할 수 없는 선수기용을 반복하고 있다. 일단 선발 라인업의 의미가 없다. 경기 초반이라도 플레이 내용이 안 좋으면 곧바로 교체해버린다. 이날도 송광민이 2회 더블플레이를 시도하다 늦은 감이 있어 1루로 송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조정원과 교체됐고, 3회엔 한 타석도 들어서지 못한 포수 한승택을 빼고 정범모를 냈다. 그러다 정작 승부처에서 대타카드가 없어 찬스를 번번이 놓쳤다. 김태완이 3루로 들어가는 촌극이 벌어진 원인이기도 하다. 야수뿐 아니다. 시즌 초반에는 선발투수가 2∼3점만 줘도 강판시켰다. 그러다보니 투수가 모자라 선발, 불펜 보직을 파괴해 등판시켰다. 결국 마운드 붕괴를 불러왔다. 마구잡이식 경기운영에 선수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 소통 부재 후반기도 답 없다

더 큰 문제는 소통 부재다. 현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가을캠프부터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다. 시간으로 따지면 올 전반기까지 10개월이다. 선수 개개인의 면면을 파악하기 충분하다면 충분한 시간이었지만 그렇지 못한 모습이다. 올해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응룡 감독이 8년간 현장을 떠나있었고, 한화 출신이 아닌 코칭스태프가 많아 선수들의 실력과 성격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할지 모르지만,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실제 모른다고 해도 선수들에게 한번만 물어봤다면 ‘김태완 3루수 사건’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한화는 21승1무50패를 기록하며 전반기를 최하위로 마무리했다. 신생팀 NC에게도 크게 뒤진, 승률이 채 3할(0.296)이 되지 않는 최악의 성적표다. 표면적인 숫자보다 내용이 더 나빴다. 리빌딩도 아닌, 그렇다고 성적을 위한 야구도 아니다. 정체불명의 한화야구에 그동안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주던 한화팬들마저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한화 야구는 어디로 가는가.

대구|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