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원 “잘 때 빼곤 기록단축만 생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7월 15일 07시 00분


임채원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실버스톤에서 열린 유로피안 F3 대회 9라운드 코파 클래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정상에 올랐다. 서킷을 역주하고 있는 임채원. 사진제공|F3오픈
임채원이 13일(현지시간) 영국 실버스톤에서 열린 유로피안 F3 대회 9라운드 코파 클래스에서 한국인으로는 처음 정상에 올랐다. 서킷을 역주하고 있는 임채원. 사진제공|F3오픈
■ 임채원, 한국인 최초 유럽 F3 대회 우승

英 실버스톤 15바퀴 30분18초735 기록
타고난 재능·노력 갖춘 늦깎이 드라이버

한국 첫 F1 드라이버 도전…스폰서 절실
“경제적 부담이 핸디캡…매순간 이 악물어”


“남다른 길을 걸었고, 실패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이 내 에너지이자 자신감이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의 임채원(29·에밀리오데빌로타팀)이 한국인 최초로 유럽 F3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임채원은 13일(현지시간) 오후 3시반 영국 실버스톤(1바퀴 5.901km)에서 열린 유로피안 F3 대회 9라운드 코파(F308) 클래스에서 30분18초735의 기록(총 15바퀴)으로 첫 정상에 올랐다.

후원사도 없는 무명의 동양 드라이버가 F3에서 데뷔 3개월 만에 우승을 차지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

F3는 GP2와 함께 F1으로 가는 필수 코스이자 등용문으로 평가받는 대회다. F3 드라이버가 되는 데만 최소 10년은 걸리고, 성적을 내기까지는 최소 2∼3년의 시간과 경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임채원은 이 모든 과정을 5년 만에 통과했다.

임채원은 14일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버지께서 어제 밤 우승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 한 잠도 못 주무셨다고 하셨다. 일본을 거쳐 유럽까지 오는 동안 희생을 아끼지 않은 아버지와 가족에게 모든 영광을 돌리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 자신만의 길 개척한 노력형 천재

임채원은 정통파 드라이버가 아니다. 대학 재학시절 취미로 모터스포츠를 처음 접하고 그 매력에 빠져 뒤늦게 선수 생활을 시작한 늦깎이 드라이버다. 그러나 타고난 재능과 열정적인 노력이 뒷받침된 덕분에 성장은 빨랐다.

2009년 드라이버로 입문, 2010년 11월 슈퍼레이스 1600cc 신인전에서 데뷔 첫 해 1위를 차지하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해 한국모터스포츠 신인상도 수상했다.

포뮬러 드라이버가 목표였던 그는 이후 곧바로 일본으로 진로를 틀었고,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2011년 일본 슈퍼-포뮬러주니어(1500)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포뮬러 드라이버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2012년부터는 일본의 F4(3위)와 FCJ(포뮬러 챌린지 저팬), 아시아 포뮬러 르노 등에 출전하면서 꾸준히 경험을 쌓아나갔고, 올해 유럽 F3 무대에 도전해 전 세계의 예비 F1 드라이버들과 경쟁한 끝에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임채원은 “이번에 우승한 영국의 실버스톤 코스는 굉장한 고속 서킷이다. 일본, 특히 스즈카 서킷에서 무수히 실패하며 얻은 자신감과 경험이 우승의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임채원이 F3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F3오픈
임채원이 F3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공|F3오픈

● F1 드라이버의 꿈 이어가려면 스폰서 지원 절실

“자는 시간 외에는 매 순간 어떻게 하면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임채원은 현재 스폰서가 없다. 일본을 거쳐 유럽 F3 팀에 들어가기까지 소요된 비용만 약 15억원가량. 모든 비용은 자영업을 하는 아버지 임수근씨(61)가 30여년간 모아온 돈으로 충당했다. 몇 단계를 뛰어 넘어 빠르게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F3에서의 성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 올해는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F3에 뛰어들었다. 그만큼 절박했다.

F3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과 노력은 기본, 그 이면에 숨은 경제력이 승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F3는 연습 라운드 한 번을 치르는 데만 700∼800만원이 소요된다. 한 라운드를 치르는 데는 수천만원이 든다.

임채원은 “경제적인 부담이 핸디캡이었다. 타이어를 마음껏 쓸 수도, 연습을 마음껏 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경험이 쌓이지 않으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 포뮬러 경기다. 매 순간 한계를 느꼈지만, 그 한계 속에서 단점과 장점을 발견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 F3 우승을 일궈내고, 한국인 최초의 F1 드라이버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임채원의 도전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향후 3∼4년간 꾸준히 성적을 낸다면 ‘꿈의 실현’도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든든한 기업의 후원이 뒤따라주어야 한다. 일본(가무이 고바야시)과 인도(나레인 카디키얀)에서 F1 드라이버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결국 자국 기업의 후원이 밑바탕이 됐다. 한국은 F1 개최국이자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이다. 이제 누군가는 나서야 할 때가 됐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트위터 @seren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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