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프로야구 ‘공인구 거짓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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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홈런 늘자 “바꾼것 같다” 의혹
NPB “아니다” 시치미 떼다 결국 들통

올 시즌 일본 프로야구는 지난해보다 홈런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경기당 0.9개였던 홈런이 올해는 1.5개가 됐다. 시즌 초부터 홈런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일간지 겐다이(現代)는 4월 10일자 기사를 통해 일본야구기구(NPB)에서 공인구를 바꾼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NPB는 보도를 부인했다.

하지만 공은 바뀐 게 맞았다. 일본 주요 언론은 NPB가 12개 프로 구단과 일본프로야구선수회에도 알리지 않고 공인구를 바꿨다고 12일 보도했다. 11일 열린 선수회와 NPB의 업무협의회에서 NPB는 기존 공인구인 ‘통일구’보다 반발력을 높인 공인구를 올 시즌에 사용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NPB는 공인구 제작사에도 교체 사실을 발설하지 말라고 함구령까지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프로야구는 2011년 기존 공인구보다 반발 계수를 낮춘 통일구를 도입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같은 국제 대회 공인구보다 일본 공인구가 멀리 날아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통일구는 이전 공인구보다 비거리가 3m 정도 짧아졌다. 이후 최근 2년 동안 홈런 수가 크게 줄자 선수회는 “통일구 때문에 경기가 재미없어졌다는 지적이 많다”고 반발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경기 내용이 달라졌다. 홈런이 늘어나면서 12개 구단 평균 자책점이 지난해 2.82에서 올해 3.54로 올라간 것. 이에 대해 NPB는 “타자들이 통일구에 맞춰 타격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라며 “공인구는 그대로”라고 거짓말을 해왔다.

NPB에서 거짓말을 한 것도 문제지만 공인구 교체는 당장 선수들 처우와도 직결돼 더 큰 문제를 낳을 소지가 있다. 야구 선수들이 구단과 계약할 때 성적에 따른 보너스(인센티브) 조항을 넣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반발력이 좋은 공을 쓰면 타자들은 이득을 보지만 투수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일본 프로야구#홈런#공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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