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지는 기계 아닌데… 한화 투수 혹사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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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지키려 아무리 앞서도 “송창식”
선발 바티스타 하루 137개 던지기도

프로야구 한화 김응용 감독의 선택은 물어볼 게 없다. 2일 대전 경기서 한화는 9회초 1사 1루까지 NC에 5-1로 앞서고 있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필요한 아웃 카운트는 단 2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같은 상황이 벌어진 231경기에서 안방 팀이 역전을 당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그러나 “7점 차는 나야 안심이 된다”는 김 감독은 전날 35개를 던진 마무리 투수 송창식을 마운드에 올렸다. 경기를 끝낸 뒤 송창식은 무릎을 짚고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처럼 서 있었다. 한 야구팬은 “30년 넘게 프로야구를 보면서 승리 팀 투수가 그렇게 힘든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고 말했다.

최근 닷새 동안 기록을 토대로 한 ‘구원 투수 피로도’를 계산해 보면 송창식의 이날 등판은 피로도 70에 해당한다. 이는 개막 13연패를 끊고 NC에 2연승을 거둔 4월 17일 73에 이어 올 시즌 두 번째로 높은 개인 기록이다.

▶본보 5월 28일자 A25면 참조… 편애냐 혹사냐… 죽어나는 ‘兩창식’

김 감독은 해태 시절부터 마무리 투수를 자주 등판시키고 긴 이닝을 맡겼다. 그 결과 1993년 선동열 현 KIA 감독은 10승 3패 31세이브를 기록하면서 규정 이닝(126이닝)을 넘겨 126과 3분의 1이닝을 던졌다. 그해 선 감독의 구원 투수 피로도는 평균 27.3이나 됐다. 하지만 올해 송창식(28.4)보다는 낮았다. 홀수 구단 체제로 생긴 휴식일이 없었다면 송창식은 1998년 임창용(35.9)의 기록을 넘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날 경기에서 혹사 논란에 시달린 건 선발 투수 바티스타도 마찬가지. 이날 바티스타는 29타자를 맞아 137개의 볼을 던졌다. 한화 선발 투수가 이보다 많은 공을 던진 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3년 6월 14일 송진우(145개)가 마지막이었다. 혹사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류현진도 134개의 볼을 던진 적이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에서는 한화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이브랜드도 130개의 볼을 던졌다.

‘투수를 길게 끌고 가는 건’ 해태 시절부터 김 감독의 특기. 김 감독 시절 해태 투수들이 150개 이상의 볼을 던진 건 모두 56번이다. 김 감독을 제외한 그 누구도 한 투수가 이렇게 공을 많이 던지게 하지 않았다. 2위 강병철 전 감독 기록도 34번밖에 되지 않는다.

누군가는 한화 투수들의 이런 활약을 ‘헌신과 근성’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김 감독의 올 시즌 투수 운용은 투수 보호라는 개념조차 희미했던 1980, 90년대 야구의 우울한 부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프로야구#한화 김응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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