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스포츠로 읽는 세상] 허술한 V리그 이사회…KOVO-대학 ‘예견된 대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6월 6일 07시 00분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를 놓고 대학과 프로의 힘겨루기가 진행 중이다. 따지고 보면 문제의 발단은 프로에서 만들었다. 이전까지 10월에 하던 드래프트를 갑자기 8월에 앞당겨 달라고 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제7구단 러시앤캐시의 창단에 따른 특별한 경우라고 얘기하지만 어디까지나 프로내부의 문제다.

V리그 이사회는 4월25일 2013∼2014시즌에 참가하는 조건으로 러시앤캐시의 창단 승인을 해줬다. 현재 대학배구연맹의 의도대로라면 드래프트는 10월이다. 러시앤캐시는 7∼14일의 확대드래프트(6개 구단에서 팀별로 8명의 보호선수를 제외한 1명씩 양도받음)를 통해 6명으로 팀을 만들 수 있다. 용병 1명을 포함해 7명으로 팀을 구성한 뒤 신인드래프트 2∼9순번의 8명을 10월에 뽑아 창단식을 해야 한다. 2013∼2014시즌은 남자팀이 홀수여서 경기 일정이 앞당겨 진다. 10월 중순 리그 개막을 고려했으나 몇몇 구단에서 경기장을 빌리지 못해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예전 드래프트가 가장 늦게 실시됐던 때는 2009년이었다. 리그 개막 이틀 전이었다. 최악의 경우 러시앤캐시는 일주일 정도 훈련하고 리그에 참가해야 한다. 파국은 뻔하다.

이런 일정을 고려하지 않고 창단 팀의 시즌 출범을 결정한 것은 이사회의 큰 실수다. 정상적이라면 신생팀을 창단하더라도 한 시즌 정도 준비시켜 다음 시즌에 나와야한다. 팀간 전력균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프로야구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 제10구단 KT 위즈를 그런 식으로 했다. 그렇게 해도 신생팀 NC는 지금 하위권이다. 그만큼 프로와 아마추어의 실력 차이는 크다.

현재 가장 애가 타는 팀은 러시앤캐시다. 팀은 있지만 선수가 단 한명도 없다. 급하면 김세진 감독이 현역으로 등록해야 한다. 슈퍼스타 출신의 김 감독이 선수를 겸한다면 화제가 되겠지만 V리그로 봐서는 비극이다. 김 감독도 현역복귀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

러시앤캐시와 KOVO는 대학의 반발을 감안해 8월에 선수를 뽑아 우선 합동훈련을 한 뒤 전국체전을 앞두고 대학팀에 복귀시키는 조건으로 먼저 드래프트를 해달라는 생각이다. 8∼9월 두 달간이라도 손발을 맞출 기회를 달라고 한다. 결국은 대학의 양보가 필요하지만 대학 감독에게 주는 지원금이 발목을 잡고 있다. KOVO로서는 문화체육관관광부의 권고사항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이미 감사원의 조사도 받았다. 감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개인구좌로 돈을 요구한 일부 감독도 있었다. 그동안 회계처리가 불투명해 홍역을 앓았던 KOVO는 앞으로 행정과 회계처리에서 투명성을 유지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내세웠다. KOVO는 대학과 전쟁을 치르더라도 8월에 드래프트를 강행할 생각이다. 그만큼 물러날 길이 없다.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타협의 길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조만간 있을 대학 감독과 남자 프로구단 사무국장 모임에서 합리적이고 모두가 인정하는 올바른 결론을 내야한다.

또 하나. KOVO와 이사회는 신인드래프트를 포함한 규정에 대해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은 허점투성이다. 이런 문제는 어디서나 또 나올 수 있다. 9시즌을 운영하면서 전문성과 문제해결 노하우를 갖추지 못한 V리그가 안타깝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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