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기자의 그린다이어리] 가족과 함께 온 ‘힐링 갤러리’ 골프대회장 웃음꽃이 피네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6월 6일 07시 00분


“여기가 좋겠다. 자리 펴고 점심 먹자.”

골프대회의 관전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단지 경기만 보러오는 게 아니라 휴식하고 가족들과 함께 나들이를 즐기는 ‘힐링 갤러리’가 늘어나고 있다.

2일 경기도 이천의 휘닉스 스프링스골프장에선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이 열렸다. 일찍 찾아온 더위만큼 필드의 열기도 뜨거웠다.

오전 일찍부터 골프장 입구엔 차량행렬이 이어졌다. 골프대회를 관전하기 위해 찾아온 갤러리들이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부터 백발이 다 된 노부부, 함께 골프를 즐기는 동호회원, 연인 등 팬층도 다양하다. 최근엔 골프를 즐기는 연예인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날 골프장에서도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국제복싱협회 여자 페더급 챔피언 최현미(23)가 난생 처음 골프장을 찾아왔다. 그는 성균관대학교 동기인 허윤경(23·현대스위스)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까지 골프장 나들이를 나섰다. 골프대회가 남녀노소들이 즐겨 찾는 나들이 코스로 변신하고 있다.

복장도 제각각이다. 집 앞을 산책 나온 듯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을 한 갤러리부터 마치 등산을 하듯 부부가 등산복을 쫙 빼입고, 도시락까지 싸가지고 온 갤러리도 있다.

골프장은 좋은 데이트 코스이기도 하다. 그늘 밑에 앉아 있으면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 휴양림 못지않다. 그 아래 자리를 펴놓고 음식까지 차려 놓으면 멋진 야외식당이 된다.

응원문화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종이에 좋아하는 선수의 이름을 적어 들고 다니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선수와 같은 색깔의 옷을 입거나 아예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션을 따라하는 골퍼도 생겨나고 있다.

아이들에겐 놀이터가 따로 없다. 잔디밭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장난을 하며 뒹굴기도 한다. 물론 큰 소란을 피우면 경기진행요원들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크게 나무랄 정도는 아니다.

선수들은 신이 난다. 갤러리가 많아지면서 사인을 하거나 함께 사진을 찍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것만으로 즐겁다. 선수들 중에는 팬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스스로 관리하고 더 멋진 경기 모습을 보이려 애를 쓰기도 한다.

10여 년 전, 팬의 대부분은 50대의 남성이었다. 응원이라 해봐야 고작 ‘굿샷’이라고 소리치는 게 전부였다. 달라진 골프대회의 풍경은 직접 체험할수록 더욱 매력에 빠진다.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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