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흐름 거스르는 세계태권도 수장 선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4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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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협회장 자격에 국적 제한… 박수남 독일협회장 출마 무산

박수남 독일태권도협회 회장은 ‘각국의 협회장은 그 나라 국적이라야 한다’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정관 16조 10항에 발목을 잡혀 7월 WTF 총재 선거에 출마하지 못했다. 한국 국적으로 독일 영주권을 가진 박 회장은 2009년엔 영국태권도협회 수장 자격으로 출마했었는데 이후 이 조항이 생기는 바람에 후보 등록을 하지 못했다. 1975년 독일로 넘어갈 때부터 38년간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박 회장은 뒤늦게 독일 시민권을 신청했지만 후보등록 마감인 12일까지 시민권이 나오지 않아 포기했다.

박 회장의 안일한 대처도 문제였지만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잔류를 위해 ‘세계화’를 표방한 WTF가 ‘국적’을 내세운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이란 지적이 나온다. 미국 대표 출신 한 태권도인은 “세계화를 한다면서 이런 조항을 만들다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WTF는 다른 국적으로 남미나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회장을 하면서 물을 흐리는 일부 태권도인들을 막으려고 이 조항을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적’의 발목을 잡는 데 활용한 셈이 됐다.

WTF는 세계화를 한다고 영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한국어를 프랑스어, 스페인어와 함께 보조 언어로 빼는 오류도 범했다. 태권도 경기의 모든 구령이 한국어인데 만약 외국에서 ‘구령을 영어로 바꾸자’라고 해도 반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총재 선거가 조정원 총재와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의 ‘집안싸움’이 된 것도 외국인의 눈엔 부정적이다. ‘한국이 다 해 먹는다’라는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국 후보끼리 싸우는 형국이 됐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배제하고 있는 정치색까지 가미돼 모양새가 더욱 나빠졌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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