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러시앤캐시 두 번 눈물 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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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2일 07시 00분


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드림식스 인수 기자회견에서 KOVO 신원호 사무총장(왼쪽)과 팀의 새로운 주인으로 결정된 
우리금융지주 박동영 상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드림식스 인수 기자회견에서 KOVO 신원호 사무총장(왼쪽)과 팀의 새로운 주인으로 결정된 우리금융지주 박동영 상무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1. 플레이오프 놓치고
2. 드림식스도 놓치고

대한항공에 패하며 ‘PO진출 기적’ 좌절
드림식스도 우리금융지주에 인수결정
비공개 진행 인수과정 공정성 아쉬움도


2012∼2013시즌 프로배구 V리그의 종착역이 코앞이다. 포스트시즌에 나갈 6개 팀이 모두 가려졌다. 여자부는 현대건설이 6일 마지막 플레이오프(PO)티켓을 따내 먼저 매치업을 확정했다. 남자부는 9일 인천에서 운명의 승부 끝에 웃는 두 팀과 우는 한 팀이 나왔다. 7일에는 2년을 끌어온 한국배구연맹(KOVO)의 숙제도 해결됐다. 우리금융지주를 새 주인으로 맞으며 드림식스의 매각이 완료됐다. 봄 배구는 16일 GS칼텍스-현대건설, 17일 대한항공-현대캐피탈의 3전2선승제 PO를 시작으로 새로운 전설을 만든다. 정규리그 1위 IBK기업은행(여자부)과 삼성화재(남자부)는 PO승자와 5전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한다. KOVO는 14일(여자부), 15일(남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한다.

○9일 두 감독은 웃고 한 감독은 눈물 흘리다

7연승을 달리며 마지막 기적을 노리던 러시앤캐시는 대한항공에 1-3으로 패해 PO 진출이 좌절됐다. 남은 두 경기에서 승점 6을 무조건 따야했던 러시앤캐시는 1세트를 듀스 끝에 잡아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그러나 2세트에 이어 3세트마저 역전패하며 시즌 농사를 마감했다. PO진출 매직넘버 1만을 남겨뒀던 대한항공으로서는 이날 두 세트만 따내면 됐지만 김종민 감독대행도 그렇고 선수들도 엄청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러시앤캐시의 기세가 워낙 대단했다. 3세트가 두 팀에는 운명의 순간이었다. 결국 그 고비를 넘긴 김종민 감독과 리베로 최부식은 4세트를 앞두고 서로를 포옹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눈물도 얼핏 보였다. 두 사람은 프로팀에서 뛰지만 대한항공의 직원으로 근무하는 신분이라 다른 선수들과는 승리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던 모양이다.

○현대캐피탈이 나흘간 애태운 사연

현대캐피탈 하종화 감독도 9일 인천 경기를 지켜본 뒤에야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러시앤캐시가 패하면서 어부지리로 봄 배구 진출권을 따냈다. 현대캐피탈은 시즌 종료 2경기를 남겨놓고 PO진출 매직넘버가 1이어서 이렇게까지 마음을 졸일 줄은 몰랐다. 그러나 5일 천안에서 1-3으로 러시앤캐시에 패하면서 시즌 마지막 날인 13일 KEPCO경기까지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PO진출이 확정됐다면 일찍 포스트시즌 준비체제로 전환했겠지만 그날 패배로 마지막 경기까지 준비하는 8일간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대한항공이 이기면서 현대캐피탈의 공백은 나흘로 줄었다. 승점 1점이 이토록 중요한 무게를 지닌다는 것을 예전에는 미처 몰랐을 것 같다.

○강렬한 임팩트 남긴 러시앤캐시의 진정성

9일 인천도원체육관에는 많은 러시앤캐시 팬과 직원들이 응원전을 펼쳤다. 비록 7일 이사회 결과로 팀은 다른 기업에 넘어가지만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팀이라는 생각에 정성을 다했다. 기업의 상징인 노란색 옷을 단체로 입고 플래카드를 흔들며 열심히 응원하는 모습은 감동이었다. ‘드림식스는 영원히 우리 가슴에 있을 것’이라는 응원문구는 모든 러시앤캐시 관계자의 마음을 대변했다. 3세트에서 팀이 패하는 순간 눈물을 흘리던 여성팬의 모습이 방송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러시앤캐시는 당분간 프로배구와 이별을 하겠지만 이번 시즌 그들이 보여준 진정성과 열정은 배구인과 팬의 가슴속에 오래 남을 전망이다.


○KOVO 이사회 막전 막후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벌어진 KOVO 이사회를 앞두고 긴장감이 팽팽했다. 예상 못한 경쟁자의 등장에 러시앤캐시는 최윤 회장이 호텔을 찾아 이사회 결과를 지켜보는 등 전력투구를 했다. 두 회사는 PT를 앞두고 누가 먼저 발표를 할 것인지를 가리는 동전던지기를 했다. 우리금융지주가 먼저 발표권을 얻었다. 제한시간 30분을 넘지 않았다. 러시앤캐시는 제한시간을 넘기며 감정에 호소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승리였지만 러시앤캐시의 선전이 돋보였다. 이사회에 참여했던 어느 이사는 “우리금융지주에 몰표가 나올 경우 러시앤캐시가 난처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에 깜짝 놀랐다. 예상 외로 많은 표와 점수가 러시앤캐시에 나왔다”고 전했다. 이사회 발표 뒤 러시앤캐시는 한동안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금융지주로 사전 내정했다는 소문이 며칠 전 나돌아 투표결과에 대해 반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양측은 신속한 조율을 통해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보다는 좋은 이미지를 남기는 쪽으로 결론을 내자고 합의했다. 다행히 이사회 결과가 좋게 끝났지만 과정에서는 몇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첫째 KOVO가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다했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하는데 실패했다. 경쟁의 생명은 관리자의 공정성이다. 그래야 관련자들이 납득을 한다. 그런 면에서 러시앤캐시가 진정으로 결과에 납득했는지는 의문이다.

둘째 중요한 안건을 소수가 비밀리에 추진하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많이 샀다. 소문과 오해는 음지에서 자란다. KOVO는 중요한 안건을 이런 식으로 가끔 처리한다. 그 결과는 누더기 같은 규약이다. 올바른 행정의 기본은 공개다. 그래야 사전에 문제가 스크린 된다.

셋째 두 경쟁 기업이 자신들의 비전을 설명할 충분한 기회를 팬들에게 주면서 이사회를 축제의 장으로 만들 수도 있었는데, 너무 서둘렀다. 이번에는 경쟁만 있고 축제는 없었다. 아쉬움은 남지만 KOVO가 더 이상의 잡음이 나오지 않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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