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국의 Week&People]서정원 수원감독 “선수들이 내 눈치 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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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9일 07시 00분


수원삼성 현 감독과 전 주장이 만났다. 송종국(왼쪽)이 6일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수원 서정원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다. 두 축구인은 그라운드에 앉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성|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수원삼성 현 감독과 전 주장이 만났다. 송종국(왼쪽)이 6일 화성 클럽하우스에서 수원 서정원 감독을 인터뷰하고 있다. 두 축구인은 그라운드에 앉아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화성|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송종국 “감독은 좀 냉정해야” VS 서정원 수원감독 “선수들이 내 눈치 보면 안돼”

Q:송종국

수원은 초반엔 잘하다가
시즌후반되면 무너졌죠
한마디로 희생정신 부족

A:서정원

전훈때 팀워크 살아났지
1,2군 엔트리 안배 중요
빠른 공격축구 담금질중


스포츠동아는 2013년 주말 기획물로 ‘축구인이 묻고 축구인이 답하는’ 새로운 형식의 인터뷰 기사를 싣는다. 2002한일월드컵 4강 주역으로 지난 해 은퇴 후 TV조선 해설위원으로 활동 중인 송종국이 인터뷰어로 나선다. 송 위원이 첫 번째로 만난 축구인은 올 시즌 수원삼성 지휘봉을 잡고 얼마 전 데뷔 승을 올린 서정원 감독이다. 축구인 끼리의 대화는 뭐가 달라도 달랐다. 2008년 수원 주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송 위원은 자신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고, 서 감독도 허심탄회하게 답했다. 생생했던 현장 분위기를 담기 위해 가급적 두 사람의 어투를 그대로 살렸다. 인터뷰는 6일 화성에 있는 수원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했다.

송종국(이하 송) : 잘 지내시죠? (훈련 마친 수원 선수들을 보며) 대단한데요. 올해 무패 우승하겠어요.

서정원(이하 서) : 하하. 말이라도 고맙다.

: 제가 이번 주말 수원-강원 경기 중계하는 거 아시죠?

: 내가 잘 보여야하는 입장이구나.

: 어떠세요? 코치할 때와 감독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 당연히 다르지. 그런데 경기장 가면 긴장되고 이럴 줄 알았는데 아니네. 코치 때나 선수 때나 별반 다르지는 않아.

: 제가 애들(수원 선수들)한테 이야기 들어보니 서 선생님 너무 좋다고 다들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이제 감독이니 좀 더 냉정해져야 되잖아요?

: 내가 느끼기에 ‘감독이 되면 달라야 한다’는 게 더 문제가 될 것 같아. 그러면 더 혼란이 오지 않을까? 있는 그대로 코치 때 했던 그대로 할 거야.

: 그런데 다들 말은 그렇게 하면서 그대로 가는 사람 별로 본 적은 없어요.

: 확실한 건 애들 위에서 군림하고 싶지 않다는 거야. 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 눈치보고 그런 거 없애고 싶어. 그게 있으면 선수들을 있는 그대로 파악을 못 해. 또 중요한 건 올바른 판단이야. 국내, 외국인 선수 알력? 피해의식? 그런 거 없어야 해. 완전히 똑같다 이거지. 누가 봐도 몸 좋고 열심히 하는 선수가 출전 엔트리에 들어야지. 비싼 외국인 선수가 지금 우리 경기에 왜 못 나오겠어? 훈련해 보니 아직 아니니까. 그걸 억지로 쓰면 미스가 나고 전체적으로 패로 이어지는 거 아닐까?

: 앞으로도 이름값보다 그 날 컨디션, 운동할 때 좋으면 베스트로 나가게끔 하겠다는 거죠?

: 다만, 유연하게는 가야지. 우리 운동하면서 알잖아. 그 선수가 실력 있는데 훈련이 안 좋을 때가 있는 거. 그런 거는 감안해야지.

: 참, 어렵죠?

: 하하. 진짜 어려워. 어려워.

: 한 두 명도 아니고 삼십, 사십 명을 끌고 가야 하는 거 그게 힘든 것 같아요. 저는 예를 들어 10명 중 7명만 잘 끌고 갈 수 있다면 최고의 감독이라 생각해요.

: 그러게. 선수들마다 또 다르고 개성도 있고….

: 선수 스스로 소외됐다고 생각했을 때 그런 생각 가진 순간부터 운동장에서 기량이 안 나와요. 그런데 내가 부족한데 감독이 믿음을 주면 또 올라온단 말에요?

: 맞아. 그걸 적절하게 처방하는 게 중요하지. 올 시즌 우리가 ACL(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K리그 클래식에, FA컵까지 많은 경기 있거든. 그걸 정해진 베스트로만 모두 소화할 수 있을까? 축구에 정답은 없지만 나는 일단 로테이션으로 뒤에 있는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줄 생각이야.

: 1,2군의 차이를 적게 가져가겠다는 말씀인데. 그런데 그게 적절하게 가면 좋은데 또 한 번 잘못되면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단 말에요?

: 그게 위험한 거지. 우리 선수들을 믿어야 해. 믿음이 없으며 못 해.

: 올해 전략은 어때요? 수원하면 공격축구란 이미지? 글쎄요. 사실 계속 그렇게 안 했잖아요? 제가 해설을 하지만 솔직히 재미없는 경기가 많아요. 양 쪽이 서로 맞부딪히면 재밌어요. 그런데 한 쪽이 잠그고 그러면….

: 지루해지지?

: 수원이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인데 그 동안 이런 모습 못 보여준 건 사실이잖아요?

: 나도 공격수 출신이고 공격축구를 하고 싶어. 일단 템포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돼.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선수들에게도 빠른 생각, 미리 보고, 볼 공격적으로 잡아놓고, 패스는 강하고, 볼 잡지 않은 주변 선수도 빠르게 공간을 치고 움직여야 하고, 이런 거 강조하고 있어.

: 사실 수원은 일단 개인 능력이 좋아서 초반에는 괜찮아요. 그런데 체력 떨어지고 부상자 나오는 시즌 중후반에는 조직력이 부족하니 무너져요.

: 맞아. 선수들도 사실 ‘내가 스타인데’ 이런 잠재의식 있어. 말로는 ‘희생 하자’고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자기를 나타내려 하지. 내가 그런 부분을 꼬집었어. 자기이름 내려고 자기 나타내는 플레이 하지 말자고.

: 수원은 희생정신은 부족한 편이에요. 저도 뛰어 봤지만 서로 말은 그렇게 하죠. ‘도와주자’ ‘협력하자’ 그런데 경기장 들어가면….

: 내 말이 그 말이야.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자고. 너 이 말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원래 외국인 선수들은 훈련 많으면 꾀 피고 안 하잖아. 그런데 이번 해외 전훈 때 외국인 선수들도 하루도 안 쉬었어. 또 노장들이 먼저 지치는 게 아니라 후배들을 끌고 가는 거야. 이게 팀워크가 아닌가 싶어. 훈련 때는 내 마크맨이 열심히 해줘야 돼. 같이 싸워주고 태클해줘야 나도 되고 얘도 되고 팀도 되고 효과가 좋아져. 그런 모습이 많이 나오면 곧 그건 뭐냐. 경기장 들어가서 여유가 생기는 거지.

: 아시겠지만 유럽이 그렇잖아요.

: 맞아. 내가 바로 그 이야기를 하려고 했어. 그게 필요해.

: 우리나라는 훈련 때 선후배 관계도 있고 눈치도 보고…. 그런데 그거 아시죠. 감독이 특정 선수를 뭐랄까 더 신경 쓰거나 하면. 선수들끼리는 다 알잖아요.

: 알아. 알지. 선수들에게 비춰지는 거. 그래서 되도록이면 아픈 선수, 뒤에 있는 선수에게 장난도 치고 해야 해. 코치들에게도 그 쪽 신경 쓰라고 하고.

: 2008년 수원 우승할 때 우리 정말 대화도 많이 하고 후배들도 잘 따라와 줬어요. 그게 경기장에서 나왔죠.

: 소통의 벽을 없애야지. 선생은 선수들이 잘 하게끔 돕는 사람이야. 또 선생은 선생다워야 해. 모범이 돼야지.

: 감독은 긴장된 티나 기분 같은 거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면 안 되는 거 아시죠?

: 정답이야. 감독 얼굴에 선수들 분위기가 달라지지.

: 하하. 하여튼 전 선수 시절 선생님처럼 달리기 빠른 선수들이 젤 싫었어요. 빠른데다 볼까지 잘 차니 수비 입장에서는 아휴 그냥.

정리|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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