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다 걸었던 태극마크…다 놓고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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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7일 07시 00분


이승엽이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전을 마치고 쓸쓸하게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존재는 국제대회마다 짙은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 타이중(대만)|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이승엽이 5일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전을 마치고 쓸쓸하게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그의 존재는 국제대회마다 짙은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다. 타이중(대만)|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 국민타자 이승엽, 아름다운 마침표

태극마크를 단 ‘국민타자’의 마지막 발걸음은 너무나 무거웠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대한민국대표팀은 기대이하의 플레이로 1라운드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와 함께 이번 WBC 출전이 마지막 국가대표 생활이 될 것임을 밝혀온 이승엽(37·삼성)의 국제대회 레이스도 막을 내렸다.

한일전 더 강했던 38세 영웅
국제무대 고비때마다 한방
환호와 감동의 주인공

‘국가의 부름’에 흔쾌히 달려와
WBC 3경기 타율 4할 불꽃투혼
마지막 국가대표…홀가분합니다


○한·일전의 영웅, ‘국민타자’가 되다!

이승엽은 국내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56개), 최다 홈런왕(5번), 최소경기 및 최연소 통산 300홈런 등의 기록 보유자다. 통산 345홈런을 기록 중인 그는 올 시즌 7개의 홈런만 추가하면 양준혁(은퇴·통산 351홈런)을 제치고 프로야구 역대 최다홈런의 주인공이 된다. 그가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홈런타자를 넘어 ‘국민타자’라는 수식어를 얻는 데는 국제대회에서 인상적 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특히 한·일전에서 유독 강한 면모를 발휘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선 0.179의 타율에 머물렀지만,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0-0으로 맞선 8회말 일본 에이스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결승 2타점 2루타를 쳐내 한국야구의 사상 첫 올림픽 동메달 획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006년 제1회 WBC 아시아라운드 한·일전에선 8회 역전 2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 한·일전에서도 2-2로 맞선 8회 결승 2점홈런을 터뜨렸다. 이날 승리 직후 그가 흘린 눈물은 국민들의 마음까지 뭉클하게 했다. 이렇듯 이승엽의 홈런은 국민들에게 환호와 감동을 안겨주는 ‘국민의 홈런’이었다.

○잊혀지지 않을 ‘국민타자’의 그림자

이승엽은 2009년 제2회 WBC만 당시 소속팀 요미우리의 반대로 참가하지 못했을 뿐, 힘들고 부담스러운 상황에서도 나라의 부름에 흔쾌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번 WBC에선 한국 타선이 총체적으로 침체에 빠진 가운데서도 그는 타율 0.400(10타수 4안타)을 기록했다. 네덜란드전 패배의 부담을 안고 출전한 4일 호주전에선 2루타 2개를 쳐내며 타격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냈다. ‘국민타자’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만 한 상황에서도 그는 최선을 다해 기대에 부응했다.

“이번이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국가대표 이승엽’의 모습은 다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비록 1라운드 탈락으로 아쉽게 국가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게 됐지만, 온 국민에게 환호와 감동을 안겼던 ‘국민타자’의 활약은 오랫동안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동시에 국제대회에서 해결사가 필요한 순간마다 국민들은 그의 부재에 진한 아쉬움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한편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승엽은 “네덜란드전에서 점수를 줄였다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면서 “네덜란드가 생각보다 좋은 팀이었다. 대만은 역대 최강 멤버라고 들었고 홈 이점도 있었는데 그래도 이겨서 다행이다. 국가대표가 끝나게 돼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트위터 @stopwook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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