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브 불안병’ 도진 LIG

  • 동아일보

팀 리시브 성공률 55% 그쳐… 현대캐피탈은 60% 넘어
첫 우승의 꿈 가물가물

2012∼2013시즌 프로배구 개막을 앞두고 LIG손해보험은 다른 팀의 ‘경계 대상 1호’였다. ‘연봉 킹’ 김요한과 베테랑 이경수가 건재한 데다 특급 용병 까메호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삼각편대’의 공격력만큼은 따라올 팀이 없었다. 그러나 3라운드가 시작된 17일 현재 LIG손해보험 이경석 감독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13일 삼성화재와의 2라운드 경기를 마친 뒤 이 감독은 “재료만 좋으면 뭐 하나? 활용을 못하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부정확한 서브 리시브, 공격수와 호흡이 맞지 않는 토스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날 LIG손해보험의 이경수는 팀에서 가장 많은 21개의 서브 리시브를 받아 올렸다. 그러나 이 중 세터가 한 발짝 이내에서 토스할 수 있었던 공은 6개에 불과했다. 리시브 성공률은 28.8%. LIG손해보험의 팀 리시브 성공률은 44.4%에 그쳤다. 반면 선두 삼성화재는 75.5%에 달했다. 삼성화재 박철우가 71.4%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데는 안정된 리시브에서 시작된 ‘컴퓨터 토스’의 힘이 컸다.

올 시즌 LIG손해보험의 리시브 성공률은 6개 팀 가운데 5위에 그치고 있다. 팀에서 가장 많은 리시브를 받는 이경수의 성공률은 50.8%에 불과하다. 같은 포지션에 팀 내 리시브 점유율 1위인 현대캐피탈 임동규(65.6%), 삼성화재 석진욱(57.3%)과 비교해도 한참 떨어진다. 리베로인 KEPCO 곽동혁(68.5%)은 말할 것도 없다. 현역 시절 공격과 수비에서 ‘무결점 선수’로 통했던 신진식 홍익대 감독은 “리시브는 공격의 70%를 차지한다. 리시브가 좋으면 좋은 토스로까지 이어져 상대는 알고도 속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LIG손해보험의 리시브 불안은 고질적인 문제다. 지난 시즌에도 성공률이 7팀 가운데 6위(54.1%)에 그쳤다. 이 감독은 “까메호를 데려오면서 수비와 블로킹을 보강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토종 주포 김요한이 부상으로 빠지며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LIG손해보험 관계자는 “김요한이 4라운드 후반에 돌아올 수 있지만 블로킹과 리시브, 디그 등 수비에서는 큰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LIG손해보험은 지난 시즌에도 2라운드 도중 외국인 선수 페피치가 발목 부상으로 빠지며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이후 4라운드까지 2승 12패에 그치며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올 시즌에도 ‘12월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가 나온다.

LIG손해보험은 19일 ‘김호철 매직’을 발휘하며 3연승을 하고 있는 러시앤캐시와 만난다. 최근 2연패 중인 LIG손해보험이 이날 경기마저 진다면 창단 후 첫 정규리그 우승의 꿈은 내년으로 미뤄야 할지 모른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배구#리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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