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왼손잡이다. 틈만 나면야구공을 잡고 어린 시절부터 즐겼던 야구를 추억한다. 구본능 총재와 함께 각 구단 관계자를 설득해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 승인을 이끌어낸 주역인 그는 “야구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 제공
왠지 야구에 끌렸다. 공을 치고 잡는 게 신기했다. 어릴 때부터 공터에서 야구를 즐겼다. 재수를 할 때도 부모님 몰래 친구들과 야구를 했다. 성균관대에 입학해서는 야구 동아리에서 살았다. 발 빠른 2번타자에 중견수. 대학 야구 동아리 연합회 회장도 맡았다. 졸업반이 됐을 때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야구에 미친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직원 모집 추천서를 받았다. 1988년 1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프로야구를 총괄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51)의 삶이 그랬다.
양 총장은 구본능 KBO 총재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궂은일을 도맡고 있다. 제10구단 창단 승인은 구 총재와 함께 발품을 팔며 협조를 구한 결과였다. 13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만난 그는 “큰 산(10구단 창단 승인)은 넘었지만 다시 시작이다. 더 큰 산(10구단 선정)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지옥과 천당을 오간 2012년
양 총장은 KBO에서 홍보부장, KBOP 이사, 사무처장을 지내며 24년간 프로야구와 함께했다. 그중 올해는 그에게 가장 힘든 한 해였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1월 신인 교육에 참가한 한 구단 선수가 계단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3월에는 경기 조작 사태가 불거져 이에 연루된 일부 선수가 퇴출됐다. 다행히 사태는 조기에 수습됐다. 올해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양 총장은 “많이 얻어맞고 괴로웠지만 이를 계기로 프로스포츠가 스스로 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10구단 창단은 007 작전”
11일 KBO 이사회는 10구단 창단 추진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 과정은 파란만장했다. 프로야구선수협회는 7월 올스타전 보이콧을 유보하는 조건으로 ‘올해 안에 10구단 창단 논의를 시작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12월 초순까지 기존 구단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사회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양 총장은 “사전작업이 필요했다. 각개격파식 ‘007 작전’이었다”고 했다. 그는 구 총재와 함께 비공식적으로 각 팀 구단주를 만나 설득했다. 수시로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했다. 양 총장은 “각 구단의 이해관계가 달라 철저한 보안 속에 관계자들을 만났다”며 “기존 구단이 10구단 창단 승인을 대승적으로 결정해줘 고맙다”고 했다.
○ “정치권 입김? 단호하게 막겠다”
KT와 경기 수원, 부영과 전북도는 최근 10구단 창단을 희망했다. KBO는 올해 안에 창단 신청을 받아 별도의 평가위원회에서 검증 작업을 한 뒤 내년 3월경 한 곳을 결정한다. 평가 기준은 유치 희망 도시의 인프라와 모기업의 구단 운영 능력 등이다. 양 총장은 “모 기업의 돈이 많고 적음은 부차적인 부분이다. 야구단을 꾸준히 운영할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 총장은 19일 대통령선거에 따른 정치권의 입김에 대해 “단호하게 막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정 지역에 특혜를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 스포츠가 정치에 휘둘려선 안 되기 때문이다.”
○ “서울시, 프로야구를 돈줄로 생각”
양 총장은 서울시에 대한 쓴소리도 했다. 서울시는 2007년 ‘아마추어 야구의 메카’ 동대문야구장을 철거하고 대신 고척돔(구로동·2013년 말 완공 예정)을 짓고 있다. 양 총장은 “잘 있던 동대문야구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디자인센터를 만들면서 야구 관계자들과의 논의는 거의 없었다. 이제 와서 프로야구단에 (고척돔 사용 등) 책임을 전가하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두산과 LG가 안방으로 사용하는 잠실야구장의 경우 매년 위탁료와 광고료를 올려 받으면서 그 수익 전액을 야구장에 투자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구장은 시민에게 여가를 제공한다. 각 구단 모기업은 매년 적자 속에서도 수백억 원을 투자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집주인’이라며 야구장을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하고 있다.”
양 총장은 인터뷰하는 내내 야구공을 만지작거렸다. 공은 누렇게 색이 바래 있었다. KBO에서 20여 년을 보낸 그의 소망은 무엇일까. “언젠가 은퇴하더라도 야구를 떠날 순 없을 것 같다. 작은 야구장을 지어 어린이들과 그라운드를 뛰는 꿈을 꾼다. 야구는 나와 같이 한 인생 그 자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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