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오 “피는 못속여…오빠랑 투구폼 닮았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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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0월 23일 07시 00분


대전 레이디스 서승오 씨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좌완 투수 서승화의 친동생이다. 농구선수 출신인 서 씨는 오빠 못지않은 야구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서승오 씨(왼쪽)와 오빠 서승화(오른쪽 위). 익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 스포츠동아 DB
대전 레이디스 서승오 씨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활약했던 좌완 투수 서승화의 친동생이다. 농구선수 출신인 서 씨는 오빠 못지않은 야구실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마운드에서 투구하는 서승오 씨(왼쪽)와 오빠 서승화(오른쪽 위). 익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 스포츠동아 DB
대전 레이디스 ‘야구가족’ 서승오씨

농구 선수 활약하다 입문 팔방미인 활약

오빤 전 LG 서승화…남동생도 고교선수
“목표 태극마크…오빠 못이룬 꿈 펼칠것”


피는 못 속이는 법. 쭉 빠진 하체는 물론이고 어딘가 모르게 이목구비도 비슷하다. 마운드에서 볼을 뿌리는 모습까지 빼닮았다. 여자야구 대전 레이디스 서승오(27) 씨. 그녀는 프로야구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서승화(33)의 친동생이다. 서 씨는 21일 전북 익산에서 열린 2012 LG배 한국여자야구대회 고양 레이커스전에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가 경기 종반 마운드에 올라 투수로 변신하는 등 ‘멀티우먼’의 면모를 뽐냈다. 팀은 비록 4-14로 져 이번 대회 첫 패배의 아쉬움을 맛봤지만, 그녀의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농구선수 출신으로 뒤늦게 야구에 입문해 여자야구계의 새로운 핫플레이어로 떠오른 그녀를 만났다.

○오빠도, 남동생도 야구선수

서승오 씨는 고교(대전여상)시절까지 농구선수로 뛰었다. 이후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해 휠체어농구 선수들을 가르치며 장애인체육 전용 지도사로 활동했다. 야구공을 잡기 시작한 것은 2010년 9월. 대전지역 최초의 여자야구단 레이디스에 가입하면서부터다. 그녀가 야구 유니폼을 입은 것은 우연에 가까웠지만,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오빠도 프로야구에서 활약했고, 남동생 승현은 현재 전남 화순고(2학년)에서 프로선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와 가까울 수밖에 없었던 가정환경이 그녀를 결국 야구로 끌어들였다.

팀 내 고참급에 속하는 그녀는 포수는 물론 투수, 외야수 등 거의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멀티우먼’이다. 야구 경력은 길지 않지만, 운동신경을 타고 난데다 오빠와 남동생의 영향 덕분인지 여타 선수들에 비해 성장속도가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이디스 김광수 단장은 “못 하는 게 없다”고 칭찬했다.

○오빠의 꿈, 대신 이루고 싶다!

프로야구 팬들에게 그녀의 오빠 서승화는 여전히 ‘악동’ 이미지로 남아있는 게 사실. 2002년 프로에 입단한 ‘왼손 파이어볼러’ 서승화는 이듬해 이승엽(삼성)과 주먹다짐을 벌여 유명세를 탄 뒤 수차례 빈볼 시비를 일으키다 우여곡절 끝에 2011시즌을 끝으로 스스로 야구 유니폼을 벗었다. 오빠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오빠만 생각하면 속상하죠. 성격이 불같은 면이 있긴 하지만, 사실 소심한 편이기도 한데…. 한번 팬들에게 나쁜 선수로 찍힌 뒤 더 의기소침해서 못하고, 그러다 몸쪽으로 볼을 던지면 다시 빈볼 얘기를 듣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한 그녀는 “오빠는 지금 서울에서 열심히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며 화제를 돌렸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야구는 무엇일까. “그라운드에서 뛰다보면 무엇보다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 좋다”고 답한 그녀는 다시 오빠 얘기를 꺼냈다. “오빠가 야구선수로 이루지 못한 꿈, 동생들이 대신 이뤄야죠. 남동생도 제법 야구를 잘해요. 저도 기회가 닿는다면 여자야구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싶어요.”

해맑은 미소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서승오 씨. 그녀는 야구선수로서 꽃을 피우지 못한 오빠의 아쉬움을 털어내고 싶다고 했다. 그녀의 눈빛은 그라운드에서 유난히 더 반짝였다.


익산|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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