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로 대변신 SK투수 윤희상, 그를 성장시킨 7인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오기는 내 공의 힘

SK 투수 윤희상(27·사진)은 ‘미운 오리 새끼’였다. 2004년 계약금 2억 원을 받고 2차 1순위로 프로에 입단했지만 그 후 존재감은 미미했다. 2군에 머물거나 병원을 오갔다. 지난해까지 8년간 성적표는 3승 4패. 그런 그가 올 시즌 팀에서 유일하게 10승(9패)을 거두며 ‘백조’로 거듭났다. 최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윤희상은 오늘의 자신을 만든 7명을 소개했다.

○ SK 박희수

윤희상의 특급 도우미. 윤희상이 9월에 거둔 4승 중 3승이 박희수(29)와의 합작품이다. 박희수는 8월 15일 롯데전 당시 윤희상에 이어 7회 등판해 역전을 허용했다. 윤희상의 ‘전구단 상대 승리 투수 1호’ 기록이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다행히 SK가 재역전해 승리투수가 된 박희수는 “내가 희상이의 승리를 빼앗았다”며 괴로워했다. 박희수의 부친까지 윤희상에게 사과 전화를 걸어왔을 정도였다. 윤희상은 “희수 형이 6월 말부터 한 달 정도 팔꿈치 통증으로 1군을 비웠을 때가 올 시즌 가장 힘든 때였다. 그만큼 희수 형의 존재는 절대적”이라고 털어놓았다.

○ SK 정우람 임훈

2004년 SK 입단 동기이자 최고의 자극제. 스물일곱 동갑내기인 정우람과 임훈은 입단 당시에는 윤희상보다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윤희상이 2군에 머무는 동안 그들은 팀의 핵심 전력이 됐다. 윤희상은 “우람이가 연봉 2억 원을 훌쩍 넘고 훈이가 1군 고정 야수가 된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울컥했다. 이들은 내가 다시 일어서게 만든 자극제”라고 했다.

○ SK 이만수 감독

윤희상의 소중한 은인(恩人). 이 감독은 2군 감독 시절 유독 윤희상을 자주 불러 ‘면담’을 했다. 이만수 감독은 “너의 재능을 왜 발휘하지 못하느냐”고 질책하는 동시에 “너는 우리 팀 최고의 투수가 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윤희상은 “감독님과 자주 면담을 하니까 진심이 느껴졌다. 이후 내 자신이 조금씩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윤희상은 올 시즌 팀 내 선발 투수들이 부상으로 줄줄이 전력에서 이탈할 때 홀로 선발 로테이션을 지킨 ‘효자’로 거듭났다.

○ KIA 윤석민

윤희상이 경기 구리에서 공익근무 생활을 하던 2007∼2009년, 그의 아버지가 술을 마실 때마다 자주 언급한 이름. 윤희상의 구리초-인창중 1년 후배인 윤석민(26)은 국내 최고의 오른손 투수로 성장한 반면에 아들은 2군을 전전하는 게 속상했기 때문이다. 윤희상은 “군에 입대할 때까지만 해도 부진과 부상의 악순환에 빠져 야구가 싫어지기까지 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한탄’을 듣고 야구를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 여자친구

윤희상이 야구선수로서 실패를 거듭해도 7년 동안 그의 옆을 지켜 준 한 살 연상의 간호사. 둘 다 20대 후반이라 결혼할 때인데 여자친구는 요지부동이다. 결혼 얘기만 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일단 너 하는 거 봐서!”라고. 윤희상은 내년에 고액 연봉자가 된 뒤 여자친구에게 당당히 청혼하는 게 목표다. 올 시즌 4500만 원을 받은 그는 내년엔 연봉 1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 SK 김상진 코치

윤희상이 OB 베어스 어린이 회원 시절부터 좋아했던 스타 투수. 윤희상은 김상진 코치를 SK에서 만나 야구를 배웠다. 그의 주무기인 포크볼을 처음 권한 것도 김 코치였다. 윤희상은 “내가 OB 팬 시절 김 코치님이 당시 라이벌인 LG에서 뛰던 이상훈(은퇴)과 맞붙으면 대부분 졌다. 그래도 멋진 투구 폼으로 거침없이 공을 던지는 ‘김상진’이 무조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김 코치를 보며 그랬듯 SK 어린이 팬에게 ‘무조건 좋은 투수’로 기억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인천=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윤희상#SK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