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머리, 테니스 명예혁명… 76년만에 메이저 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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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브레이크 22점 혈투 끝 조코비치 꺾고 US오픈 우승
남자테니스 ‘빅4 시대’ 활짝

‘영국의 희망’은 우승이 확정되자 머리를 감싸 쥐며 코트에 무릎을 꿇었다. 영국 테니스의 ‘76년 한(恨)’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앤디 머리(세계랭킹 4위·25)가 11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 플러싱 메도 빌리진킹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세계랭킹 2위)를 3-2(7-6<10>, 7-5, 2-6, 3-6, 6-2)로 꺾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영국 선수로는 1936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프레드 페리 이후 76년 만이다.

머리는 그동안 ‘빅3’ 로저 페데러(스위스·1위)-조코비치-라파엘 나달(스페인·3위)에게 밀려 메이저 대회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4차례 결승에 올랐지만 페데러(2008년 US오픈, 2010년 호주오픈, 2012년 윔블던)와 조코비치(2011년 호주오픈)의 벽을 넘지 못하고 준우승에 만족해야만 했다.

만년 2인자에 머물던 머리는 2012 런던 올림픽에서 조코비치와 페데러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며 ‘빅3’ 구도를 허물기 시작했다. 이날 US오픈 결승에서도 상대 전적 6승 8패로 뒤지던 동갑내기 라이벌을 맞아 1, 2세트를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1세트에서 두 선수는 타이브레이크 점수 22점(12-10)을 기록하며 이 대회 남자 단식 결승 기록 20점을 넘어섰다. 1세트를 끝내는 데 걸린 시간만 1시간 27분. 메이저 대회에서 5차례 정상에 올랐던 조코비치의 저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3, 4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마지막 5세트에서 다리 경련을 일으켜 대회 2연패의 꿈을 접어야 했다.

4시간 54분의 혈투를 끝낸 머리는 “3, 4세트를 잃을 때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다. 어떻게 경기를 끝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벅찬 우승 소감을 밝혔다. 조코비치는 “머리는 충분히 우승할 자격이 있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상금 190만 달러(약 21억4130만 원)를 획득한 머리는 이번 주 세계랭킹에서 3위에 오르게 됐다. 올 시즌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컵은 조코비치(호주오픈)-나달(프랑스오픈)-페데러(윔블던)-머리(US오픈)가 나눠 가지며 ‘빅4’ 시대로 접어들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머리#테니스#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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