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문우람 “계약금 못받은 선수가 대성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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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2일 07시 00분


올 시즌 넥센의 히트상품 중 하나는 서건창이다. 신고선수 출신의 2루수 서건창은 일약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내년 시즌에는 문우람이 ‘제2의 서건창’을 노린다. 그는 우투좌타인 모습부터 악바리 근성까지 서건창을 꼭 닮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올 시즌 넥센의 히트상품 중 하나는 서건창이다. 신고선수 출신의 2루수 서건창은 일약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내년 시즌에는 문우람이 ‘제2의 서건창’을 노린다. 그는 우투좌타인 모습부터 악바리 근성까지 서건창을 꼭 닮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엔트리 확대로 1군무대 밟은 중고신인
7게임 타율 0.316…2차례 보살 ‘신공’
서건창 이어 넥센 ‘히트 상품’으로 부상

박흥식 타격코치 눈에 들어 깜짝 발탁
“타격폼 독특하고 방망이 야무지게 돌려
스피드는 평범해 주루플레이 더 배워야”

넥센은 4강 싸움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넥센 선수들 가운데선 요즘 갑작스럽게 화제를 끄는 인물도 있다. 홈런과 타점 1위인 4번타자 박병호만큼은 아니지만, 작은 체격의 한 외야수가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최근 9번타자 겸 좌익수로 자주 경기에 등장하고 있는 문우람(20)이다. 7일 잠실 두산전에서 빨랫줄 같은 송구로 보살을 2차례나 기록해 상대 덕아웃을 이른바 ‘멘붕(멘탈붕괴)’에 빠뜨렸다. 그의 이름은 순식간에 팬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박흥식 코치와의 운명적 만남

우투좌타의 문우람은 넥센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또 한편의 ‘무명신화’를 완성할 재목이다. 2012년 최고의 히트상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넥센 2루수 서건창처럼 그 역시 신고선수 출신이다. 2011년 광주 동성고를 졸업했으나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2010년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청소년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한국이 8강에 진출하는 데 힘을 보탰지만, 동기생 유창식(한화)과 임찬규(LG)가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화려하게 프로에 데뷔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봐야 했다. 신고선수로 넥센 유니폼을 입은 그는 올해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아 정식선수가 됐다.

문우람을 정식선수로 발탁한 이는 넥센 박흥식 타격코치다. 지난해 2군 감독으로 지내며 문우람의 가능성을 발견해 정식 계약을 추진했다. 박 코치는 “작은 선수인데 타격폼이 아주 독특해서 메이저리그 밀워키에서 뛰는 일본인 선수 아오키 노리치카를 연상케 한다. 물론 그 선수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방망이는 야무지게 돌릴 줄 안다. 좀 더 가다듬으면 1군 무대에서 충분히 자기 몫을 할 수 있는 재능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예사롭지 않은 방망이

타석에서 배트 헤드 부분을 살살 흔들고, 타격 시 오른발을 앞으로 들었다 내딛으며 치는 모습은 마치 이용규(KIA)를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용규처럼 발이 빠르지는 않다. 체형은 달리기도 잘하게 보이지만 스피드는 평범한 편이고, 주루 플레이도 아직은 많이 배워야 한다고 넥센 코칭스태프는 평가한다.

그러나 타격재질만큼은 이미 1군 무대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엔트리가 확대되면서 1군에 합류한 문우람은 첫 선발출전경기였던 2일 대구 삼성전에서 4타수 2안타를 치는 등 11일까지 총 7경기(선발 5차례)에서 19타수 6안타(2루타 1개), 타율 0.316으로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멀티히트도 2차례 기록했다. 보살 2개 등 수비에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부상자가 대거 발생한 넥센 외야에 숨통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죽기살기로, 오로지 야구만!

문우람이 이른 시일 내 1군 무대를 밟고, 최근 많은 출전기회를 잡은 것은 마음에 품은 독기 덕분이다. 청소년대표팀에서 함께 뛰던 친구들 대부분이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것과 달리 신고선수 신분으로 프로무대를 밟은 까닭에 이를 악물었다. 신고선수로도 프로무대에서 대성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는 일념으로 죽고살기로 야구를 했다. 그에게는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있다. 강도 높은 훈련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로지 성공하겠다는 생각만으로 야구에만 몰두하고 있다.

문우람은 “그 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주위에서 아오키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 해서 요즘은 그 선수의 플레이를 눈여겨보고 간혹 따라하기도 한다. 1군에 합류해서 좋고, 경기에 출전하는 것도 재미있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나 표정은 이내 진지모드로 바뀌었다. 문우람은 “꼭 프로야구선수가 되고 싶었는데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못 받아 실망이 너무 컸다. 그 일로 더 오기를 갖게 됐고,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생겼다. 계약금을 못 받는 선수도 크게 될 수 있다는 걸 반드시 보여주고 싶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문우람은?

▲생년월일=1992년 3월 8일
▲키·몸무게=177cm·72kg(우투좌타)
▲출신교=화순초∼동성중∼동성고
▲프로 입단=2011년 넥센 신고선수 입단
▲2012년 연봉=2400만원
▲2012년 성적(11일 현재)=7경기 19타수 6안타(타율 0.316) ※2군 72경기 176타수 58안타(타율 0.330) 1홈런 26타점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트위터@gtyong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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