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사퇴? 사실상 경질?’ 프로야구 한화의 한대화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28일 감독직에서 물러났다. 한화는 이날 현재 39승 54패 2무라는 저조한 성적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시즌 종료까지 28경기밖에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야구팬 사이에서 큰 논란을 낳았다. 남은 시즌은 한용덕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끈다. 동아일보DB
‘야왕(野王)’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었다. 올 시즌 한화가 그랬다. 28일 현재 39승 54패 2무(승률 0.379)로 8위. 4월 7일 개막 후 일주일 만에 최하위로 처졌고 한 번도 순위를 끌어올리지 못했다. 결국 한대화 감독(52)은 지휘봉을 놓았다. 3년 임기를 28경기 남긴 채…. 그는 “한화 팬들에게 죄송하다. 팀을 제대로 이끌고 싶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한화 구단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한 감독이 전날 사의를 표명했다. 한용덕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올 시즌 잔여 경기를 치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 감독은 “구단의 결정을 수용한 것”이라며 사실상 경질이었음을 밝혔다. 한 감독의 갑작스러운 퇴진에 따른 한화의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 한대화 감독, 시즌 막판 전격 사퇴 왜?
한 감독이 2010년 한화 지휘봉을 잡았을 때부터 팀 전력은 이미 최약체였다. 한화는 김인식 전 감독 시절인 2009년 8위로 시즌을 마쳤다. 한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0년 8위에 머물렀지만 이듬해 공동 6위로 팀 순위를 끌어올렸다. 올해 ‘해결사’ 김태균과 메이저리그 아시아 최다승(124승) 투수 박찬호를 영입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팀 공격과 수비가 허술했던 탓이다. 보이지 않는 실수로 실점할 때도 적지 않았다. 에이스 류현진이 등판해도 어이없는 실책으로 경기를 내주곤 했다.
한 감독은 선수단을 다독이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하지만 패배의식에 사로잡힌 선수단의 기를 살리진 못했다. 결국 이는 한 감독의 중도 퇴진으로 이어졌다.
한화 구단 정승진 대표는 “한 감독이 27일 노재덕 단장과 만난 자리에서 ‘죄송하다. 더이상 팀을 운영하기 힘들다’며 스스로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감독은 “먼저 (중도 퇴진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다만 이제 마음을 비웠는데 경질이냐 자진 사퇴냐는 의미가 없다”고 했다.
구단 내부의 잡음도 있었다. 한화는 5월 이종두 수석코치를 2군으로 내려 보냈다. 구단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였다. 이 코치는 삼성 코치 시절부터 한 감독과 함께했던 오른팔이었다. 함께 팀을 이끌던 부하가 빠지면서 한 감독의 지휘력에도 구멍이 생겼다. 한 감독은 “지난해에는 이범호를 KIA에 내줘 아쉬웠고 올해는 외국인 선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 100% 전력을 꾸리기가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 한화에 필요한 사령탑은? ‘악바리’
한화 구단은 올 시즌을 한용덕 감독대행 체제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임시방편이다. 노 단장은 “올 시즌이 끝난 뒤 본격적인 리빌딩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10월에 서산의 2군 전용 구장을 완공한다. 그동안 신인 발굴에 인색했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차세대 스타를 키우는 화수분 야구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한화를 이끌 후임 감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노 단장은 “팀을 추스를 조련사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새 사령탑을 물색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한화그룹의 고위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이정훈 북일고 감독(49)이 내년 한화 사령탑으로 유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정훈 북일고 감독 이 감독은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출신 간판스타다. 1987년 프로에 입단해 1991, 1992년 타격왕에 올랐다. 삼성과 두산을 거쳐 1997년 은퇴한 뒤 1999년 한화 타격코치를 맡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했다. 2008년 LG 2군 코치를 그만둔 뒤 북일고 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올해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등 전국대회 3회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선수들과 합숙을 함께하며 강한 정신력을 강조하는 야구를 추구해 한화를 개조하는 데 적역이라는 게 한화 관계자의 판단이다. 다만 이 감독은 30일 개막하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한국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상태여서 대회가 끝난 뒤 거취를 밝힐 예정이다.
이 밖에 송진우 투수코치,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에서 연수를 받고 있는 장종훈 코치를 비롯해 독립구단 고양의 김성근 감독과 조범현 전 KIA 감독 등이 후임 감독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새 감독은 김승연 회장이 최종 결정한다. 팀의 확실한 변화를 꾀하기 위해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선택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화가 ‘만년 하위’ 딱지를 떼기 위한 날갯짓을 시작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