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이 만난 사람] “기적은 진행형…FA컵 우승 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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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29일 07시 00분


경남 최진한 감독은 올해 처음 도입된 K리그 스플릿시스템에서 팀을 도시민구단 중 유일하게 그룹A조(1∼8위)에 올려 놔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스포츠동아DB
경남 최진한 감독은 올해 처음 도입된 K리그 스플릿시스템에서 팀을 도시민구단 중 유일하게 그룹A조(1∼8위)에 올려 놔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스포츠동아DB
열악한 재정 딛고 도시민구단 유일 8강 뿌듯
불혹 나이 잊고 맹활약한 GK 김병지에 감사

축배 아직 일러…이젠 4강 진출 FA컵 총력전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갈등이나 분노, 웃음, 흥미 등이 곳곳에 포진해야한다. 흐름이 반전될 때 이런 요소들은 극대화된다. 축구 경기도 마찬가지다. 경쟁 속에 반전이 녹아들어야 환호와 눈물샘이 점철된 감동이 따라온다. 이게 각본 없는 드라마다. 주연이 어려운 여건이라면 금상첨화다.

지난 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K리그에 스플릿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했을 땐 긴가민가했다. 16개 팀이 30라운드를 벌여 그룹A(1∼8위)와 그룹B(9∼16위)로 나뉘는 새 제도를 들고 나왔지만, 확 와 닿지는 않았다. 많은 예산을 쓰는 기업구단들이 A그룹을 형성할 것은 불문가지. 절반의 예산으로 근근이 버티는 도시민구단에겐 언감생심이었다. 그런데 피 말리는 다툼을 지켜보면서 ‘대박’을 예감했다. 드라마 요소인 반전과 감동이 한 실타래 안에서 뒤엉키면서 팬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1∼7위까지의 순위는 예상대로다. 그런데 8위 싸움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놓고 4개 팀이 운명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최후의 주인공은 경남FC였다. 경남은 8강 중 유일한 도시민구단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이룬 결과여서 더욱 감동적이다. 기적을 만들어낸 경남 최진한(51)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최진한 감독(가운데)이 26일 광주를 꺾고 8위를 확정지은 뒤 선수들과 뒤엉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남FC
최진한 감독(가운데)이 26일 광주를 꺾고 8위를 확정지은 뒤 선수들과 뒤엉켜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남FC


-축하한다. 예감은 좋았나.

“마지막 경기할 때는 ‘이기면 되겠구나’하는 생각만 들었다. 특히 올 시즌 (30라운드 상대인) 광주전에는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졌다.”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당부한 말은.

“28라운드 전남전에서 이기면 8강 가능성이 높았는데, 선수들이 부담이 컸던 것 같다(0-1패). 그래서 마지막 경기에는 얘기를 안했다. 그게 오히려 효과가 있었다.”

-8강 확정짓고는 많이 울던데.

“올해 우리 구단 사정이 많이 안 좋았다. 재정적으로 힘든 가운데 핵심 선수들이 많이 이적했다. 윤빛가람 서상민 김주영 등 팀 내 대표적인 선수들이 빠져나가 힘들었다. 또 구단 사장님이 몸이 안 좋아 나가셨고, 구단주(경남 도지사)도 대권 도전을 위해 떠나셨다. 구단 지원이 없다보니 선수들에게 많이 미안했다. 우린 FA컵 승리 수당도 없다. 그래서 더 눈물이 났다.”

-위기 상황을 꼽자면.

“개막전 승리 후 연속 무승을 하는 등 초반 어려웠다. 게다가 6월에는 구단 재정이 어려워 일괄 사직서를 제출한 적도 있다. 구단이 어렵다며 제대로 못 도와준다고 했을 때가 위기였다. 그래도 선수들을 많이 독려했다. 모든 게 어렵지만 우리가 이기는 길 밖에 없다고 했다. 잘 참아준 선수들이 고맙다.”

-선수 보강도 이뤄지지 않았을 텐데.

“여름이적시장 때 구단에 선수 영입을 부탁했지만 안됐다. 미드필더 자원이 더 필요한데 걱정이다.”

-8강에 든 유일한 도시민구단이다.

“자부심을 가진다. 기업구단과 예산 경쟁에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지만 아무튼 잘 한 것 같다.” (기업구단의 한해 예산은 대략 200억 원 이상이고, 도시민구단은 100억원 이하다.)

-8강까지 오른 원동력을 꼽는다면.

“선수들에게 믿음을 많이 줬다고 생각한다. 선수와 감독간의 신뢰, 그것이 정답이다. 믿고 기용하니깐 선수들도 나를 믿고 따라줬다.”

-경남의 축구 스타일을 소개하다면.

“많이 움직이면서 짧은 패스를 하는 스타일이다. 패싱 게임을 잘한다.”

-고마운 선수가 있다면.

“골키퍼 김병지를 꼽고 싶다.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그리고 주장 강승조도 잘해줬고.”(프로 21년차인 김병지는 앞으로 4경기만 더 출전하면 K리그 최초로 개인 통산 600경기 출전의 대기록을 달성한다.)

이제 본격적인 순위경쟁이 시작된다. 8개 팀 씩 나뉜 그룹은 팀 당 14경기씩 더 치른다. 그룹A는 정규리그 우승과 2013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1∼3위)을 다툰다. 그룹B는 2부 리그로 강등될 최하위 2팀을 결정하기 위한 순위 싸움을 펼친다.

-목표가 있다면.

“FA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FA컵에 총력전으로 나설 예정이다. 8강이 확정된 뒤 선수들에게 FA컵이 끝난 뒤 축배를 들자고 얘기했다.”(FA컵은 경남-울산, 포항-제주의 4강 대진이 확정된 가운데 9월1일 단판 승부로 펼쳐진다. FA컵 우승팀에는 AFC 챔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구단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어려운 여건 속에 8강까지 올랐다. 선수들에게 격려를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구단의 격려다.”

스포츠 2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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