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실력…구자철 ‘캡틴 新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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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3일 07시 00분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구자철. 스포츠동아DB
런던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주장 구자철. 스포츠동아DB
■ 홍명보 감독의 이유있는 주장 선택

휴식땐 감초…경기땐 90분 종횡무진
“일본전서 골 넣고 승리” 약속도 지켜

“오늘은 내가 너희에게 의지할게.”

홍명보호 ‘캡틴’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은 일본과 3,4위전을 앞두고 동료들과 마지막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의 쐐기골을 넣어 2-0 완승을 이끌었다. 그는 경기 후 “오늘은 나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동료들만 믿었다”고 했다. 구자철은 ‘주장’하면 떠오르는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먼 선수다. 그러나 대표팀 관계자는 “올림픽팀은 또래들이 모였다. 카리스마보다는 분위기를 늘 밝게 이끄는 (구)자철이 같은 스타일이 주장으로 적격이다”고 말한다. 홍명보 감독 역시 늘 구자철을 주장 후보 1순위로 꼽는다.

● 헌신

구자철은 헌신적인 플레이어다. 그는 올림픽에서 주로 박주영 바로 아래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활동범위는 그라운드 전체였다. 최전방에서 상대 중앙수비수들이 볼을 쉽게 전방으로 연결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시작으로 90분 내내 종횡무진 뛰어다녔다. 저러다가 탈진해 쓰러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구자철은 홍명보호에 대한 애정이 남 다르다. 2009년 U-20 월드컵 때부터 함께 하며 ‘진짜 내 팀’이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는 올 여름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연장계약을 하며 올림픽팀 차출을 흔쾌히 허락하겠다는 것도 계약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목표로 했던 동메달을 따낸 뒤 그는 홍 감독과 똑 같은 말을 했다.

“앞으로요? 음, 올림픽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갖고 준비했는데…. 올림픽 끝나고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 해피엔딩

구자철은 올림픽팀이 소집되기 전 일본으로 건너가 개인훈련을 소화했다. 훈련비용은 스스로 부담했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그는 에이스다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안정된 볼 간수 능력과 드리블, 패스, 슛까지. 그러나 골이 안 터져 애를 태웠다. 골대만 두 번 맞췄다. 잘 찬 슛이 들어갈 듯 들어갈 듯 골문을 외면했다. 그는 일본전을 앞두고 “1골도 못 넣고 돌아갈 수는 없다”고 각오를 다졌다. 약속을 지켰다. 일본의 추격에 쐐기를 박는 추가골은 그의 발에서 터졌다. 박주영이 수비수와 경합해 떨어뜨리면 볼을 수비수 뒤로 돌아들어가 찬스를 포착하는 약속된 플레이가 정확하게 실현됐다.

구자철은 동메달 확정 후에야 그 동안 말 못 해 왔던 고민도 털어놨다.

구자철은 아버지가 국가유공자라 6개월 공익근무만 하면 된다. 다른 선수들만큼 병역이 절실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복무기간이 짧을 뿐 군 입대가 무한정 연기되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6개월 때문에 한국에 들어갈 시기가 정해지면 유럽에서 선수생활 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을 것이다. 이렇게 해결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런던(영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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