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역도 김은국의 유쾌한 반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1일 07시 00분


中 초전박살 내고 세계신…익살 세리머니

56kg급 엄윤철도 금…北 예상깨고 금3개


북한역도가 런던올림픽에서 연일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30일(한국시간) 남자 56kg급의 엄윤철(21)이 금메달을 따내더니 31일에는 남자 62kg급의 김은국(24)이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빛 바벨을 들어올렸다. 유도 여자 52kg급의 안금애(32)를 포함해 북한은 대회 초반 3개의 금메달을 따내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역도에선 경기력뿐 아니라 전략도 빛났다. 경량급은 중국의 텃밭. 그러나 머리싸움으로 중국의 만리장성을 허물었다. 엄윤철은 일부러 예상기록을 낮게 신청해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미리 별도로 경기하는 B그룹에서 뛰었다. 베일에 가려 있던 인물 엄윤철은 용상에서 올림픽신기록(168kg)을 작성하는 등 합계 293kg을 들어올렸다. 미리 경기를 마친 엄윤철은 느긋하게 A그룹 경기를 지켜봤고, 중국의 우징바우는 엄윤철을 보지 못해 작전도 걸어보지 못한 채 당하고 말았다.

엄윤철이 우회작전을 썼다면, 금메달 후보였던 김은국은 ‘초전박살’ 강공 드라이브로 나섰다. 시작부터 아예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려 라이벌인 장지(중국)의 기세를 눌렀다. 인상 3차 시기에서 올림픽신기록인 153kg을 들어올리자 장지는 자신의 장기인 용상에 들어가기 전에 위축된 모습을 보이더니 용상 2·3차 시기에서 실패해 입상마저 실패했다. 용상 174kg을 들어올린 김은국은 합계 327kg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김은국은 독특한 쇼맨십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섰다. 긴장된 표정으로 플랫폼에 서는 여느 선수들과 달리 천진난만한 웃음을 지었고, 바벨을 들어올린 뒤에는 거수경례를 하고 주먹을 허공에 흔드는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익살스러운 모습에 매료된 관중은 그가 등장할 때마다 환호성을 올리며 기립박수를 쳤다. 자신을 군인이라고 소개한 김은국은 ‘세리머니가 좋았다’는 말에 “조선 사람이 다 그렇죠. 조선의 기상이죠”라며 껄껄 웃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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