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한국을 겨눈 ‘한국의 양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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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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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단체 4강 감독 모두 한국인

석동은 감독(왼쪽), 이기식 감독
석동은 감독(왼쪽), 이기식 감독
하루 전 랭킹 라운드(순위 결정전)에서는 개인 1∼3위를 휩쓸었고 세계 신기록도 3개나 작성했다. 연습할 때 10번을 쏘면 8번은 230점대의 고득점을 기록할 정도로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믿어 의심치 않았던 한국 남자 양궁 대표팀의 4강 탈락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임동현-김법민-오진혁으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29일 단체전 4강에서 복병 미국에 덜미를 잡혔다. 219-224의 완패였다. 미국이 잘했다기보다는 한국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3, 4위전에서 멕시코에 이겨 동메달을 땄지만 지난 3개 올림픽에서 연속으로 단체전을 제패해 왔던 남자 양궁이기에 아쉬움은 컸다.

예전 같으면 우리 선수들이 좀 못 쏴도 승부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지레 부담을 가진 외국 선수들이 스스로 무너진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전부터 세계 양궁계는 급격히 상향 평준화됐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한국인 양궁 지도자들의 대대적인 해외 진출이다. 이들의 체계적인 지도를 받은 외국 선수들은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에서도 한국 선수들의 장점을 벤치마킹했다.

이날 한국을 꺾은 미국 사령탑은 이기식 감독이다. 한국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지냈고, 호주를 거쳐 몇 해 전부터 미국에 정착했다. 이 감독은 남자 개인 세계 랭킹 1위 브래디 엘리슨을 키워내기도 했다.

한국을 꺾은 미국은 이날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패했는데 이탈리아 지도자 역시 한국인인 석동은 감독이다. 3, 4위전에서 한국과 만난 멕시코 대표팀의 감독 역시 한국인인 이웅 감독이었다. 이날 4강에 오른 4개국의 지도자는 모두 한국인이었던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확인됐듯 한국 양궁이 세계 정상을 지키기는 앞으로 점점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제양궁연맹 역시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계속 제도를 바꾸고 있다. ‘1인자’ 한국 양궁이 가야 할 길은 험난해 보인다.

런던=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양궁#한국 양궁#남자 양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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