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 곽희주의 또다른 이름은 ‘곽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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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7월 30일 07시 00분


수원 라돈치치(아래쪽)가 인천을 3-1로 꺾고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뒤 주장 곽희주를 들쳐 업고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수원 라돈치치(아래쪽)가 인천을 3-1로 꺾고 6경기 만에 승리를 거둔 뒤 주장 곽희주를 들쳐 업고 팬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 @seven7sola
올시즌 첫골, 모든 선수·스태프 포옹
베테랑의 힘…그라운드 안팎서 모범
수원, 인천전 3골 폭죽 ‘팀 분위기 업’


첫 골이 터진 전반 18분. 득점의 주인공이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모든 선수들이 손을 붙잡고 일렬로 서서 벤치로 향했다. 교체 멤버도, 코칭스태프도, 지원 스태프도 모두 빙 둘러 얼싸안았다. 수원 삼성의 ‘캡틴’ 곽희주(31)가 연출자였다. 수원이 2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K리그 24라운드에서 곽희주(전반 18)-스테보(전반 45)-하태균(후반 46)의 릴레이 득점으로 3-1 승리, 최근 5경기 무승(2무3패)의 꼬리표를 뗐다. 수원은 승점 44(13승5무6패)로 3위로 도약했다.

○‘살림꾼’ 곽희주 있으매

킥오프를 앞두고 만난 수원 윤성효 감독은 “어렵지만 희망도 있다. 곽희주 등 고참들이 중심이 돼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 이석명 단장도 “베테랑들의 역할이 크다. 그라운드 안팎에서의 솔선수범이 아주 인상적이다. 기대해도 좋다”고 했다.

정말 그랬다. 끝이 보이지 않던 캄캄한 터널의 탈출구를 찾아낸 이는 곽희주였다. 본업인 중앙 수비수 역할뿐 아니라 세트피스 상황 때마다 깊숙이 공격에 가담했고, 결국 골까지 터뜨렸다. 코너킥에서 흘러나온 찬스를 놓치지 않고 오른발 득점으로 연결했다.

오랜 부상을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나 그라운드에 복귀한 곽희주의 올 시즌 첫 골도 인상적이었지만 가슴 뭉클한 장면도 직접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경기를 앞두고 곽희주는 직접 준비한 구호를 동료들과 함께 외쳤다.

“우리는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고, 할 수 있다고 행동하면 된다.”

카카오톡 대문 글귀로 ‘역경을 뒤집으면 경력이 된다’는 격언을 새겨 넣은 곽희주다운 발상이었다. 뿐 아니라 골 세리머니도 직접 준비했다. 모든 비난을 감내하며 가장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스승을 위한 모션이었다. 곽희주를 중심으로 어깨동무를 하고 손에 손을 맞잡은 제자들이 뛰어오자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윤 감독도 힘껏 껴안으며 벅찬 기쁨을 만끽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수원은 2-0으로 앞선 후반 시작 무렵 핵심 수비수 보스나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몰렸고, 페널티킥(PK) 찬스까지 내줬다. 하지만 수원 골키퍼 양동원은 인천의 용병 골게터 이보의 킥을 막아냈다. 곽희주가 중심이 된 수원 수비진은 큰 흔들림 없이 잘 버텼다. 후반 23분 한 골을 내주긴 했어도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곽희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함께 하는 수원이 되고 있다”고 했다.

윤 감독은 “(곽)희주가 희생을 많이 해줬다. (골 세리머니는) 전혀 몰랐다. 그런 장면이 준비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지도자로서 너무 감사하고 고맙다. 나 역시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제자들에게 보여 주겠다”며 흐뭇해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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