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포 김연경은 포탄 장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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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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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그랑프리 잇단 패배 속 벤치에 “뛰고 싶지만 런던 위해 참아요”
한국, 대만 꺾고 5연패 끝 첫 승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로 평가받는 김연경은 체력 안배를 위해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2차 예선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그는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꾹 참고 있다. 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포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로 평가받는 김연경은 체력 안배를 위해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2차 예선 경기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그는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꾹 참고 있다. 올림픽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고 말했다. 포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답답하다. 속에선 열불이 난다. 후다닥 코트로 뛰어 들어가 스파이크를 날리고 싶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최종 목표인 올림픽 메달을 위해서다.

여자배구 월드그랑프리 2차 예선에 출전하고 있는 한국은 16일 광둥 성 포산에서 열린 경기에서 홈팀 중국에 0-3으로 지면서 이번 대회 5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런던 올림픽 티켓을 확보한 대표팀은 전혀 실망하는 기색이 없다. 김연경(24·터키 페네르바흐체)이 출전했다면 5연패가 아니라 5연승을 달렸을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날 중국 대표팀 주장 웨이추웨는 “김연경이 없어 우리가 쉽게 이겼다”고 말했다. 그만큼 김연경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는 지난 시즌 팀의 정규리그 22연승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페네르바흐체 소속으로 7개월의 대장정을 치르면서도 월드그랑프리, 아시아선수권, 월드컵 등 대표팀의 부름을 한 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올림픽 예선에서 혼신의 힘을 다했다. 로봇이 아니라면 지치는 게 당연하다.

“당시에는 별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참 많이 뛰었네요(웃음). 올림픽 예선에서 너무 힘을 썼는지 복근에도 약간 무리가 왔는데 잘 쉬어서 이제는 괜찮아요.”

지난달 도쿄에서 김연경을 앞세운 한국이 일본전 22연패를 끊자 현지 언론은 그를 ‘절대자’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표현했다.

“그런 말은 일본에서 뛸 때부터 들었는데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죠. 하지만 유럽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 시즌을 보내면서 제가 생각해도 많이 나아졌어요. 해외에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이제는 그런 수식어를 즐겨요. 잘한다는데 기분 좋잖아요.”

그는 지난 시즌 연봉 45만 유로(약 6억6000만 원)를 받았다. 세금과 각종 비용을 제외한 순수입이다. 이것만 해도 역대 국내 여자 선수로는 최고 금액. 하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과 최우수선수를 휩쓴 그이기에 몸값은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월급 통장을 부모님이 관리하셔서 큰돈을 번다는 실감은 안 나요. 다만 국내에 있을 때는 용돈을 받았는데 해외 진출 이후 제 마음대로 신용카드를 써요. 액수 제한이 없어졌으니 많이 발전한 거죠.”

경기 내내 벤치를 지키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다. 작전 시간에 선수들이 돌아오면 맨 앞으로 나가서 하이파이브를 한다. 그냥 지나치는 선수는 끝까지 찾아가 손을 마주친다. 식사를 하거나 훈련을 할 때도 큰 목소리로 우스갯소리를 하며 분위기를 이끈다.

“코트에 못 나가니 그런 거라도 더 열심히 해야죠. 선배 언니들도 저를 편하게 대해 주시고 후배들도 잘 따라주니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한국 여자배구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선수’ 김연경을 앞세워 36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몸이 근질근질하지만 꾹꾹 누르고 있어요. 올림픽에서 봇물 터뜨리듯 한꺼번에 쏟아 내야죠. 한국 여자배구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런던에서는 몸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두고 보세요. 메달 딸 수 있다니까요.”

한편 한국은 17일 대만을 3-1로 꺾고 5연패 끝에 첫 승을 신고했다.

포산=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여자배구#김연경#런던 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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