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의 미학… 골프와 철학은 닮았죠” 철학 강사 출신 김민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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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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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티칭프로’ 취득

철학도이면서 골프 티칭 프로 자격증에 도전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김민철 씨.
철학도이면서 골프 티칭 프로 자격증에 도전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인 김민철 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사서삼경을 탐독하며 성인들의 고매한 진리를 연구하고 있었다. 요즘엔 사각의 연구실을 떠나 탁 트인 필드를 향한 꿈을 이뤄가고 있다.

4일 충북 충주시 임페리얼레이크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골프지도자협회(USGTF) 티칭프로 선발전에서 합격한 김민철 씨(44). 김 씨는 이날 75타를 쳐 79타(40세 이상인 경우)까지 주어진 합격증을 거머쥐었다. 앞으로 나흘 동안의 이론 교육 과정을 이수해야 하기는 해도 가장 까다롭다는 실기 테스트를 통과했기에 프로 자격증을 예약한 셈이다.

사실 그는 골프와 거리가 멀었다. 서울대 철학과 86학번으로 주희(朱熹)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 과정까지 수료했다. 맹자 사상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준비하던 그는 서울대 경기대 명지대 등에서 강사로 일했지만 두 자녀를 둔 가장으로 팍팍한 살림에 ‘투잡스’에 나섰다. “생활비라도 벌려고 서울 강남에서 논술 강의에, 외고 특강도 해야 했어요.” 박사 학위와 교수 자리가 아득하게 느껴지면서 그는 공부를 중단하고 로스쿨 학원 강사로 변신한 뒤 2007년 경기 광주시 집 근처 헬스클럽에서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그해 12월 처음 머리를 얹었다는 김 씨는 “40대에 배운 운동으로도 직업을 삼을 수 있을 것 같아 매달리게 됐다”고 말했다.

변변한 레슨도 없이 골프 방송을 보며 독학으로 실력을 익히던 남편을 위해 아내 오수연 씨는 집 마당 창고에 개인 연습장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비싼 라운드 비용 때문에 필드 경험이 적어 번번이 프로 테스트에서 고배를 들기도 했다. “가끔 그린피가 싼 동남아에서 집중적으로 공을 쳐야 했어요. 요즘은 이따금 국내 군 골프장을 찾는데 캐디, 카트가 없어 그나마 저렴하죠.”

김 씨는 “철학하는 사람은 자꾸 이유를 따진다. 그래서 스윙을 터득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골프는 욕구를 절제해야 하는 운동이라는 게 철학과 닮았다”며 웃었다. 티칭프로를 뛰어넘어 투어 프로를 목표로 삼은 김 씨의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김민철#철학#티칭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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