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중학생 이덕희군 “집중력은 나의 힘, 페데러는 나의 꿈”

  • Array
  • 입력 2012년 4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테니스 주니어대회 4강 좌절
“기량 일취월장” 전문가 극찬

엄마는 어느 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아이의 귀에 이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옆에서 쿵 소리가 나도 아기는 미동조차 없었다. 생후 5개월 때 일이었다.

청력이 거의 없던 아이는 달리기나 축구를 비장애인 친구보다 더 잘했다. 들을 수 없었기에 집중력은 누구보다 강했다. 이제 그 아이는 테니스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선천성 청각장애(3급)를 지닌 이덕희(14·제천동중·사진)다.

이덕희는 국내 최고 권위를 지닌 제56회 장호 홍종문배 전국 주니어대회에서 중학생으로는 유일하게 8강에 오른 뒤 4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11일 서울 장충코트에서 열린 경기에서 3시간 20분의 풀세트 접전 끝에 동래고 손지훈에게 1-2(2-6, 7-5, 3-6)로 패했다. 경기 도중 마신 이온음료 빈 캔 3개와 생수병 2개를 들고 코트를 떠나는 그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력했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테니스인들은 “2세트에서 1-4까지 뒤졌다 3세트까지 끌고 간 것만도 대단하다. 끈질긴 근성이 돋보였다. 기량도 한층 향상됐다”고 입을 모았다.

특수학교 유치부를 다녔던 이덕희는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코치의 조언도, 타구음도, 심판 판정도 전혀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코트에 들어선 순간 그는 어떤 장애도 극복하며 공을 치는 데만 몰입했다. 수화를 쓰면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는 데 제약이 될까봐 배우지 않았다. 그 대신 상대 입 모양을 보고 의사소통을 하는 구화를 쓴다. 자칫 말을 적게 하면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폐활량이 줄어들까 봐 일부러 큰 소리로 떠들 때가 많다.

이덕희는 저명한 국제 주니어대회인 미국 에디허대회에서 우승한 것을 포함해 국제무대에서 상위 성적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KDB산은금융그룹의 후원으로 국제 경험을 쌓으며 실력을 끌어올렸다. 그의 꿈을 물었다. 또렷하지는 않지만 단호하게 들렸다. “페데러나 조코비치 같은 최고가 되고 싶어요.”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테니스#테니스주니어대회#이덕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