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올시즌 우승 인삼公 최고령 김성철 “등번호 13번이라 13년 걸렸나… 앞번호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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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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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처음 정상의 기쁨을 맛본 인삼공사의 최고령 선수 김성철이 우승 트로피를 안은 채 우승 메달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처음 정상의 기쁨을 맛본 인삼공사의 최고령 선수 김성철이 우승 트로피를 안은 채 우승 메달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아직도 꿈만 같아요. 가끔 볼을 꼬집어 볼 때도 있어요.”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환희는 달콤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 인삼공사의 최고령 김성철(36). 그는 1999년 프로 데뷔 후 13년 만에 처음 정상에 올랐다. 군 복무 기간을 빼면 우승하기까지 11시즌 걸렸다. 한국농구연맹(KBL)에 따르면 무관을 푸는 데 소요된 최장 기간이다. 조우현이 2009년 KCC에서 우승하면서 걸린 10시즌을 넘겼다. “등번호가 13번이라 13년 걸린 건가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앞 번호로 할 걸….”

1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KBL센터에서 만난 김성철의 표정은 밝기만 했다. 안 먹어도 배부를 것 같았다. “지난주 우승했을 땐 눈물도 나지 않았어요.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이 갑자기 찾아와 얼떨떨했죠. 다음 날 아내와 힘들었던 과거를 얘기하다 펑펑 울었어요.”

수원 삼일상고 시절 센터로 뛰다 경희대에서 포워드로 변신해 성공한 김성철은 프로 무대에서 신인상까지 타며 주목받았다. 우승이 그리 멀지 않은 듯했지만 그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김성철은 “SBS 시절인 2005년 단테 존스 효과에 힘입어 15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노렸지만 그땐 내가 너무 어려 생각이 짧았다. 쉽게 안주하려 했기에 포기도 빨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듬해 자유계약선수로 풀려 전자랜드로 이적했지만 3시즌 동안 주로 벤치를 지키며 코칭스태프와의 불화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2009년 다시 인삼공사로 트레이드될 때 함께 이적한 선수가 바로 이번에 우승을 합작한 크리스 다니엘스였다. “시련을 겪으며 어른이 된 것 같다”는 김성철은 지난해 은퇴를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우승에 도전해 보겠다며 선수 생활을 연장했다.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결정적인 3점슛을 터뜨리는 해결사 능력을 유지했고 후배들을 이끄는 멘토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김성철은 “우리 팀은 선후배 간의 끈끈하면서도 엄격한 위계질서가 강점이다. 우승과 은퇴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박수 받으며 떠나고 싶지만 내 욕심만 채울 수 없다. 팀을 위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말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인삼공사#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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