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진 스포츠동아 해설위원(전 대구FC 감독)이 1월 말 영국 런던으로 떠나 일주일 간 체류한 뒤 8일 프랑스로 이동한다.
그는 정조국이 속한 낭시에서 3주 간 단기 지도자 연수를 갖는다. 이후 잠시 귀국한 뒤 3월 말 세뇰 귀네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터키 트라브존스포르에서 2차 지도자 연수를 한다. 이 기간 동안 이 위원은 유럽 축구 현장의 생생함을 ‘유럽축구 스케치’에 담아 보낼 예정이다. ○아름다운 아스널, 팀과 개인차가 뚜렷한 맨유&첼시
런던에서 보낸 일주일은 소득이 많았다. 프리미어리그(EPL) 강호로 군림하는 아스널, 첼시, 맨유를 두루 관전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여기선 전술과 전략을 거론하기보다 뚜렷하게 달랐던 세 팀의 특색을 전해주고 싶다.
아스널을 접한 순간, ‘아름답다’는 느낌이 밀려왔다. 주말 블랙번전이었다. 7-1 대승에 감동한 건 아니다. 축구가 제 아무리 격한 스포츠라 해도 아스널은 예외였다. 빠른 템포, 창의적 플레이, 심플한 마무리까지 나무랄 데 없었다. 요즘 아스널이 전통의 ‘빅(Big)4’ 구도에서 밀려났다고 해도 그네들만의 특색을 고스란히 유지하는 모습 속에 진짜 강호로서의 위용을 느꼈다고 하면 무리일까. 더욱이 영건들을 키워내며 늘 내일을 그리고 있지 않은가.
맨유와 첼시는 전혀 달랐다. 아스널의 에미리츠스타디움이 웅장함과 장엄했다면 첼시의 홈 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는 고전적이었다. 마치 사각으로 된 투박한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를 듣는 분위기랄까. 이렇듯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팀과 개인의 문제, 사령탑의 역할과 경험에서도 말이다.
맨유는 팀과 개인이 조화를 이룬 반면, 첼시에 개인은 있었으나 팀은 없었다. 한 경기만을 놓고 모든 걸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원정전이란 부담은 적어도 퍼거슨 감독에게 통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사전 준비된 시나리오를 착착 꺼내들었다고 보는 편이 옳았다. 박지성도 인상적이었다. 0-3에서 동점을 만들었지만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퍼거슨 감독은 아예 승점 3을 노렸다. 박지성의 투입도 연계돼 있었다. 후반 중반 이후 체력 저하가 뚜렷할 때 기동력과 공수 밸런스를 유지했으니 결과가 좋았다.
첼시는 뭔가 부족했다. 현대 축구는 속도와의 전쟁이라고 하지만 첼시는 일부 주력원들이 빠지자 허전했다. 여기에 사령탑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아직 팀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 듯 했다. 용병술도 퍼거슨이 절대 우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