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축구국가대표팀 감독(53)은 19세에 고교를 졸업한 뒤 8개월 만에 당구 300점을 쳤다고 했다. 그는 “그처럼 짧은 기간에 300점에 올라갔다고 하면 당구를 쳐 본 사람들은 거의 못 믿는다”며 “지기 싫어서 당구장에서 거의 살았다”고 했다.
그는 26년째 유명한 ‘최강희표 2 대 8 가르마’를 하고 있다. 가발 모델들의 헤어스타일과 비슷해 가발인 줄 알고 만져 보려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한다. 그는 “나도 젊었을 때는 5 대 5 가르마도 해봤고 파마도 해봤다. 그런데 1986년 결혼을 한 뒤 이 헤어스타일로 정해졌다. 지금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큰일난다”며 웃었다. 승부욕이 강하고 자신의 스타일에 대한 믿음이 확고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한 그는 2월 29일 쿠웨이트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최종전을 앞두고 상대를 ‘폭파’시키겠다는 강력한 표현을 썼다. 쿠웨이트에 패하면 한국 축구는 월드컵 예선에서 탈락한다. 그는 11일 “지금 내 생각 속엔 29일밖에 없다. 운명이고 도전이다”라고 했다.
그는 바로 그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회심의 카드를 공개했다. 지난해 프로축구 전북 현대를 이끌고 우승할 당시 팀의 최전방 공격수였던 이동국을 중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이동국은 논란의 대상이다. 반대도 많다. 그동안 월드컵에서 부진했기 때문이다”라며 말을 꺼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 일고 있는 이동국 반대론을 잘 알고 있었다. 스피드와 골 결정력에 대한 논란이다. 그러나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당신이 감독이라면 대한민국 프로축구 선수 중 이동국 아니면 누구를 그 자리에 세우겠는가”라며 국내 선수들의 이름을 줄줄이 댔다. 그러면서 “이동국과 다른 선수들과의 격차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대안 부재가 한국 축구의 불행이다. 한국 축구를 모르는 외국인 감독이 와도 당연히 이동국을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이동국의 장점은 묵직한 존재감으로 상대 수비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동국은 이런 점 때문에 여러 차례 국가대표에서 중용됐지만 팬들의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다.
이동국이 전북 현대에서 동료들의 도움을 많이 받은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동안 지켜봤지만 지난해 이동국은 2009년 전북 우승 당시보다 컨디션이 더 좋고 몸놀림이 다양해졌다. 그런 점을 믿는다”고 했다.
해외파인 박주영(아스널) 지동원(선덜랜드)과도 비교했다. 최 감독은 “제일 안타까운 것은 박주영”이라며 “박주영이든 지동원이든 능력은 검증된 선수들이다. 그러나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해 경기감각과 체력이 떨어진 점이 아쉽다. 19세든 40세든 나이와 관계없이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쓰겠다”고 했다.
그는 쿠웨이트전을 위해 이미 30명의 선수를 마음속에 추려놨다고 했다. 큰 경기에 강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을 대폭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 입장에서는 장기 계획을 세울 수가 없다. 젊은 선수들을 기르기 위한 세대교체라는 말은 지금 상황에서는 어림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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