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한라의 비공인 응원단장으로 통하는 테드 스미스 씨. 그는 아이스하키의 나라 캐나다 출신이지만 한국 아이스하키를 접하고서야 아이스하키에도 응원단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는 한라의 일본 방문경기까지 쫓아다니며 응원할 만큼 열성적인 팬이다. 안양 한라 제공
등장부터 심상치 않았다. 유니폼 차림에 손에는 큰북과 꽹과리를 들었다. 응원을 위한 깃발도 여러 개 챙겼다. 특히 눈에 띈 건 왼쪽 팔뚝에 찬 ‘노란색 완장’이었다. 완장에는 검은색으로 ‘團長(단장)’이란 한자를 새겼다. 응원단장이라는 의미였다. 등 뒤에는 ‘必勝(필승)’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었다.
야구 시즌엔 ‘넥통령’ 테드 스미스 씨가 지난해 야구장에서 넥센 유니폼을 입은 채 응원단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지켜본 팬들은 그에게 ‘넥통령’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넥센 제공아이스하키 아시아시리즈 안양 한라와 일본 오지의 경기가 열린 10일 안양 빙상장. 테드 스미스 씨(25·캐나다)가 관중석 한쪽에 자리를 잡자 100여 명의 관중은 익숙한 얼굴을 봤다는 듯 그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경기가 시작되자 스미스 씨는 응원을 주도하기 시작됐다. “안양∼ 한라!”를 선창하자 관중은 더 큰 목소리로 따라 했다. 스미스 씨가 치는 북소리에 따라 응원의 함성은 커졌다가 잦아지곤 했다.
스미스 씨가 한라의 비공인(?) 응원단장이 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지난해 3월부터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원어민 교사로 일하고 있는 그는 아시아시리즈가 시작된 직후 아이스하키장을 찾았다가 한라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이스하키가 국기나 다름없는 캐나다 출신답게 그는 이후 한라의 안방경기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한라가 일본에 방문경기를 갔을 때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응원하러 도쿄에 다녀왔다.
그는 “아이스하키가 너무 보고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두 팀(한라, 하이원)이 있었다. 사는 곳이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이라 집과 가까운 안양을 찾았다. 처음엔 수준이 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보니 놀랄 정도로 재미있게 경기를 하더라. 유니폼도 너무 예뻐 그 길로 열혈 팬이 됐다”고 했다.
스미스 씨는 캐나다에서 고교, 대학 시절 교내 스포츠 팀의 응원단장을 맡았다. 그 끼를 살려 한국에서도 응원단장을 자처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채 1년도 안 됐지만 응원을 유도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한다.
스미스 씨는 “북미 프로 스포츠에는 치어리더는 있지만 응원단장은 없다. 하지만 한국의 응원 문화는 무척 흥겹고 즐겁다. 내겐 너무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프로야구 시즌에는 넥센의 응원단장으로도 등장해 주목을 받았다. 서울 목동구장에서 멋진 유니폼을 차려입고 호루라기를 불며 목청껏 넥센을 응원했다. 많은 팬이 TV 중계 화면을 통해 그의 모습을 봤고 넥센 팬들은 그에게 넥센과 대통령의 합성어인 ‘넥통령’이란 별명까지 붙여줬다.
스미스 씨는 “좋아서 하는 일이다. 한국 스포츠 팀에서 응원단장을 하는 게 내 꿈이다”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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