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억서 0원으로…찬호의 아름다운 빈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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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7시 00분


한대화 감독은 “베테랑으로서 대우해주겠지만, 룰은 지켜야 한다”고 했고, 박찬호는 “팀워크에 최대한 신경쓰겠다”고 화답했다. 한 감독(오른쪽)이 박찬호에게 구단 모자를 씌워주며 입단을 축하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한대화 감독은 “베테랑으로서 대우해주겠지만, 룰은 지켜야 한다”고 했고, 박찬호는 “팀워크에 최대한 신경쓰겠다”고 화답했다. 한 감독(오른쪽)이 박찬호에게 구단 모자를 씌워주며 입단을 축하하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박찬호 ‘무보수’ 파격조건 한화 입단

코리안특급 ‘무보수’ 한화 입단 의미

최저 연봉 2400만원은 2006년 일당의 절반
그마저 기부…한화, 아마야구 6억 쾌척 화답
돈보다 명예 선택…진정한 생애 최고의 계약


5년간 755억3000만원. 그리고 1년 2400만원. 비교조차 되지 않는 액수다. 그러나 금액을 떠나 그 의미를 생각하면 첫 번째와 두 번째 모두 박찬호가 택한 역대 ‘최고의 계약’이다.

박찬호는 20일 계약금 없이 연봉 2400만원에 한화에 입단했다. 2400만원은 한국프로야구 선수가 되기 위한 최저 연봉이다. 무보수로 한국에서 뛰기로 마음먹은 박찬호는 20일 서울 더 프라자 호텔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 전에 이 사실을 알았고, 이마저 시즌 후 전액 기부하기로 했다. 한화는 박찬호에게 주려했던 연봉 4억원에 옵션 2억원을 더해 총 6억원을 유소년·아마추어야구발전기금으로 내놓기로 했다.

● 2006년 박찬호 하루 일당은 2012년 연봉 2배가 넘는 5940만원

박찬호는 프리에이전트(FA)가 된 2002년 텍사스와 5년간 6500만달러, 약 755억원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계약기간 중 가장 연봉이 높았던 해는 샌디에이고로 이적한 2006년으로 1550만5142달러(베이스볼 레퍼런스 집계·약 180억원)를 받았다. 메이저리그에서 급여가 지급되지 않는 12월과 1월을 제외한 10개월 동안 박찬호는 하루 평균 5940만원의 돈을 받았다. 내년 연봉 2400만원은 절정기 하루 일당의 절반도 되지 않는 액수다. 그러나 2400만원의 최저 연봉은 기부금이 되는 순간 가치를 매기기 힘든 소중한 금액이 된다.

박찬호에게 2002년 텍사스와의 계약이 큰 부를 선물했다면, 20일 한화와 맺은 2400만원 계약은 돈으로 결코 살 수 없는 소중한 명예를 안겼다. 프로선수로 사실상 처음으로 보수 없이 뛰기로 한 박찬호의 결정은 스포츠스타로서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높은 도덕적 가치의 실현이다.

이날 계약으로 박찬호는 팬들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내년 성적에 대한 부담감도 덜었다.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긴 진정한 승자의 계약이었다.

● 2002년 계약은 부, 2011년 계약은 진정한 명예

박찬호는 “야구를 시작하면서 한화(빙그레)의 오렌지 줄무늬 유니폼은 꿈이자 목표였다. 18년간 고국을 많이 그리워했다. 한국에서 뛰는 모습을 상상했고 오늘 그 소망을 이뤘다. 감격스럽다”며 “한국에서 뛸 수 있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생각하면 얼마를 받느냐는 큰 의미가 없다. 제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선수로 그동안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어떤 모델이 되느냐가 훨씬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한화가 유소년야구발전기금 기부를 결정하며 연봉 없이 뛸 각오를 했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 뛰기 위해선 최저 연봉 2400만원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입단식 전에 들어 알게 됐고 곧 이마저도 모두 기부하기로 결정했다. 박찬호는 “직접 연봉을 받아 기부할 수도 있지만 협상은 순수한 마음을 퇴색하게 할 수 있어 더 자연스러운 방법(구단의 기부)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인 돈이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씨앗이 됐으면 바란다”고 덧붙였다.

● 기부뿐 아니라 야구선수로도 기쁨 주고 싶다

박찬호는 입단식에서 “야구선수로 공을 던지는 모습으로도 팬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 올해 허벅지 근육 부상을 입었었다. 내년 부상 없는 한해를 위해 허벅지 근육에 영향을 주는 허리보강을 계속해왔다. 유산소와 근력 운동도 꾸준히 계속했다. 지금은 부상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한국야구를 많이 배워서 팀 전력에도 보탬이 되고, 베테랑으로도 팀과 하나 되는 선수가 되겠다. 내년 한화가 가을잔치에서 챔피언이 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상 연봉 없이 뛰지만 상징적 역할이 아닌 팀의 주축전력으로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특히 “한국야구에 빠른 적응을 위해 동료들에게 배우겠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더 노력하겠다. 처음 미국에 갈 때 걱정과 두려움을 생각하면 도전하지 못할 것이 없다. 부담보다 설렘을 느낀다”는 말로 큰 자신감을 보였다. 또한 입단식에 참석한 김태균, 한상훈, 박정진 등 동료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고 자신과 이승엽의 대결보다 “김태균의 활약이 더 큰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등 그동안 일부에서 우려를 표했던 팀워크를 계속 강조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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